"경극학원에선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훈련의 연속이었다. 매일 밤 하얗게 칠해진 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힘들고 서러워 눈물이 났다. " 이토록 힘겨운 어린 시절을 거친 세계적 스타 청룽(成龍ㆍ54)이 전 재산(약 4000억원)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신문 인터뷰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반드시 공수래공수거를 실천하겠다고 공언했다는 것이다. 아들(팡쭈밍:房祖名)이 있지만 능력이 있으면 아버지 재산을 필요로 하지 않을 테고 능력이 없으면 줘도 탕진할 테니 이래저래 물려주지 않겠다고 털어놨다는 보도다.

앞의 고백에서 보듯 청룽의 성장기는 고단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왔던 아버지는 호주로 떠나면서 일곱살 짜리 아들을 먹이고 가르치는 경극학원에 맡겼고 그는 여기서 10년을 지냈다. 단역 배우와 스턴트맨,무술감독 노릇을 하던 그는 1970년 '대소황천패'(1970년)로 데뷔한 뒤 청룽으로 예명을 바꿨다.

78년 '취권'이 대박을 터뜨린 뒤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지만 유색인인데다 한방에 끝내는 할리우드식 액션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멈출 줄 몰랐고 96년 '홍번구'와 98년 '러시 아워'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마침내 홍콩 배우 아닌 세계의 배우로 우뚝 섰다.

청룽에 주목하는 건 끈기도 끈기지만 액션물이되 나체와 욕설,총격이 난무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신을 지켜낸 까닭이다.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지만 아직은 약속이니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10년 전 당시 재산의 절반을 내놨다는 걸 보면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룽의 경우 워낙 많이 번다지만 출연료로 치면 우리 스타들도 결코 적지 않다. 영화계 스태프의 연평균 보수는 1008만원,감독급을 제외하면 742만원(2005년 '영화산업 인력 직무 및 근로실태조사')이라는데 주연급은 회당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른다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기부는커녕 툭하면 건강보험료 연체나 도박으로 물의를 빚기까지 한다. 청룽이 1만달러와 함께 건강을 챙기라고 했다는 김장훈에게 우리 연예인 누가 그만큼의 격려를 했는지 궁금하다. 청룽의 기부 소식을 듣는 마음이 어떨지도 함께.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