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채권 인수 등 '호재' … 외국인도 사들여

건설사 부실과 관련해 주가에 발목이 잡혀왔던 은행과 증권 업종이 함께 들썩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3일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 1조3000억원어치를 매입키로 하며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건설사 구조조정의 진행 상황이나 PF 대출 정상화 추이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은행주는 6.09% 급등하며 지수 반등의 선봉에 섰다. 중소기업 부실 우려감이 높았던 기업은행은 7.69% 오른 7700원에 마감했다. 외환은행(6.52%) 하나금융(5.92%) 신한지주(5.50%)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캠코의 저축은행 부실PF 채권 인수가 상승의 기폭제였다. 건설사 PF 부실 공포에 떨던 저축은행주도 줄줄이 상한가로 직행했다.


솔로몬 한국 제일 진흥 서울 저축은행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8개 저축은행 중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HK저축은행을 뺀 7개가 모두 올랐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F부실이 금융시스템 문제로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났다"며 "전일 씨티그룹(12%)을 비롯한 미 금융주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권의 건설사 대주단 가입 승인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수혜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건설사로도 훈풍이 퍼졌다. 대우건설이 14.59% 오른 것을 비롯해 대림산업 금호산업 등이 상승하며 건설업종지수는 2.07% 올랐다. 증권업종지수도 채권안정펀드 출범으로 회사채 거래의 숨통이 트이면서 채권 평가손실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로 1.92% 오르면서 은행 건설주 상승에 보조를 맞췄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가 줄면 건설사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도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건설주 반등을 이끈 원인"이라고 전했다.

외국인들도 이들 업종 대표주에 대한 입질을 재개해 수급 상황을 호전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하나금융을 153만주나 사들였다. 주식 수에서는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우리금융(113만5320주) 신한지주(87만5187주) GS건설(72만6974주) 삼성증권(46만9796주) 대우건설(35만2191주) 대구은행(32만1371주)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종의 조정폭이 컸던 만큼 반등 추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 센터장은 "4분기 은행권의 마진 악화가 우려되는 데다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자산 부실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익 구조가 안전한 신한지주를 추천했다. 그는 "저축은행도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한 타격이 더 큰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추가로 크게 빠지진 않을 전망이지만 큰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건설주 역시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을 권했다. 조 연구위원은 "건설사 미분양이나 PF부실 정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주가는 정부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물산이 안정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주에 대해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 단기매매를 넘어선 추격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환/문혜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