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경제수석, 은행 자구노력 선행돼야
교육ㆍ의료 등 규제완화로 일자리 창출 기대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시장에 자금이 돌게 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고,구조조정은 옥석을 가려줌으로써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주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은행 자본 확충,경기 전망,일자리,부동산,환율 등에 대한 입장을 소상하게 내놨다.

◆정부, 후순위채 사줄 수 없다

박 수석은 은행 자본 확충 문제와 관련,정부의 지원보다 자구 노력이 우선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은행 스스로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저축은행은 증자를 통해 나름대로 자구 노력을 하는 단계"라며 "정부가 은행의 후순위채를 사줄 수는 없다. 예산에 반영이 안 되면 한푼도 못 쓴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상황 악화에 대비한 준비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자칫 은행 자구 노력이 느슨해지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정부가 자본을 확충해 준다고 하면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의 70~80%가 되는 외국인이 굉장히 싫어할 것"이라며 "정부가 수단을 확보하고 있어도 함부로 쓰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세ㆍ재정지출 배합 가능

감세 및 재정 지출과 관련,박 수석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지출을 늘리면 당장 금융시장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진다면 얼마든지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보험기금ㆍ신용보증기금 출연,사회안전망 확충,청년 실업 대책 등과 관련한 예산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늘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정 지출과 감세의 동시 추진이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절히 섞이는 게 좋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토지 이용 규제를 풀어줘 투자를 유치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내년도 경제성장률 4%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ㆍ의료 고부가 산업화해야

박 수석은 "교육과 의료,법률 등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 개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제조업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한 뒤 "고용 창출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 문제와 관련해선 "국내 주식뿐 아니라 모든 자산 가격이 떨어져 있어 자본수지가 개선되는 쪽으로 작용하면 외환 수급 애로도 해소되고 환율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가 유동성 확대에 공조하고 있고,일자리를 지킨다고 수입 장벽을 치지 않는다면 내년 중반부터는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규모 개입을 통해 시장 환율을 떨어뜨릴 상황은 아니고 그런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말 많이 하지 않기로"

박 수석은 '경제팀 호흡이 잘 안 맞는다'는 지적에 대해 "거시경제팀은 1주일에 한번 화요일 점심시간에 (청와대 서별관에) 모여 얘기하고 필요하면 한두 번 회의를 더 한다"며 "다만 반성도 많이 했고 말 많이 하지 말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부총리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아직 '서별관 회의' 시스템보다 더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4대강 수질 개선 사업은 어려운 지방 건설업계에 뉴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대운하의 경우 조직도 없앴고 현재 전혀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질 개선) 사업을 해놓고 대다수 사람이 (조령터널을) 연결하자고 하면,말자고 할 수 없다"며 대운하 사업의 가능성은 열어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