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보유액 준만큼 채무도 줄어…문제없다"

난데없이 '내년 3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3일 "3월 위기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갑작스럽게 이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자본에 편입되는 파국 올 수도"

3월 위기설은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일부 대기업마저 어려워지고 일본계은행이 자금을 빼가면서 유동성위기가 심화된다는 시나리오다. 인터넷상에서 주가를 올렸던 익명의 온라인 필자인 '미네르바'가 신동아 12월호 기고에서 제기했다. 그는"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내년 3월을 못 버티고 일본 자본에 편입되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가는 한국(코스피)이 500선,미국(다우존스 산업지수)이 5000선까지 추락하고,강남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김 소장은 전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돈을 빌려주고 있는 외국 금융회사들이 3개월마다 한 번씩 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고 특히 12월 말이나 내년 3월 말에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회계연도 결산을 하게 돼 있다"면서 "이런 외국 금융기관들이 자신도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고 한다면 한국에 빌려준 돈을 일시에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위기설을 부추기는 빌미가 되고 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규모가 2005억달러로 전달보다 117억달러 감소한 것이 빌미가 됐다. 지난 5월 2582억달러와 비교하면 500억달러가 넘게 줄어든 셈이고,무엇보다 2000억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대내외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금융시장 "위기 가능성 없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도 금융기관들이 3개월마다 한 번씩 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는데 그런 문제는 없었다"면서 "내년 3월에 일시에 (해외금융기관의 자본이) 다 빠져나간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단언했다. 김 차관은 "국제금융 상황이나 국제 공조 노력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월 위기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과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3월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 채권은 11조원(대략적인 수치)에 불과해 통상적인 만기도래액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더구나 정상적으로 만기가 돌아와서 빠져나가는 돈이라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9월 위기설 때도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들어오지 않았느냐"며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않으면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 경제 펀더멘털이 3월에 급격히 변하거나 갑작스럽게 특정 국가의 투자자금이 회수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을 지원한 데 따른 것으로,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만큼 대외채무도 줄어들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했다.

또 앞으로도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한ㆍ미통화스와프 자금이 이달부터 시중에 공금될 예정인 만큼 보유액 운용에 한층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식/유승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