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아직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을 강제로 할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부실 기업을 신속하게 솎아내기를 바라는 시장의 기대와 상당한 편차가 있는 시각이다. 강 장관은 또 경기 진작을 위해 세금 감면보다 재정 지출이 효과적이라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40년 전 교과서 수준에서 화석화된 사람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감세 정책의 효용성을 거듭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날 낮 서울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가진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건설업계 자금 지원을 위해 대주단(貸主團)을 만들고,조선업계를 위해서는 신속 지원 제도(패스트 트랙)를 가동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여유가 있어서인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환자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렵고,당사자가 자금 지원을 받고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로 수술대에 올려 구조조정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 장관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채비율이 400%를 넘거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하는 은행 등 이미 부실이 심해 수술대에 오른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정부가 수술하기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기업의 부채비율이 평균 90%이고 은행의 BIS 비율은 10%가 넘어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감세 정책과 재정 지출 효과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 "IMF(국제통화기금)에서 1970년부터 2007년까지 41개 회원국의 정책을 실증분석한 결과 두 정책을 병행할 경우 효과가 크지만 단독으로 할 경우 감세 정책이 재정 지출 확대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 제출한 각종 감세 법안 처리와 관련,"종합부동산세도 상속세도 그대로 가자는 것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유지하자는 것과 같다"면서 "이념이 다른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가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서는 "해외 부동산 취득이 자유화돼 있는 상황에서 50%가 넘는 상속세를 그대로 둘 경우 재산의 해외 반출이 심해질 것"이라며 "상속세를 포함한 각종 감세는 경기 부양을 겨냥한 것인 만큼 부자들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 위한 감세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위기 속에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로 규제 완화와 노사문제 개선을 들었다. 그는 "GM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도 위기를 맞은 것은 노조 문제가 큰 원인"이라며 "우리도 미리 미리 대비한다는 자세로 노조의 의견을 들어가며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개선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