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린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최악의 경우 사전 협의파산(pre-arranged bankruptcy)을 조건으로 정부의 구제금융을 이끌어내기로 했다. 구제금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정부 구제금융을 받는 마지막 수단으로 양사가 협의파산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협의파산은 채권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조율을 통해 손실을 부담하기로 약속한 뒤,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다. 파산신청이 곧바로 청산절차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날 '빅3'가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양보안을 제시했다. 론 게텔핑거 UAW 의장은 "퇴직자를 위한 임금지급 프로그램인 '잡 뱅크'를 일시 정지하고,조합원들의 임금 및 복지혜택을 줄이기 위한 노사협약 수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빅3'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 출연을 일정 기간 연기해 주기로 했다. 1980년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입된 '잡 뱅크'는 퇴직자들에게 임금의 90%까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UAW는 또 2007년 맺은 노사협약이 4년 동안 유효하지만 임금 및 복지 혜택을 줄이는 쪽으로 조정안을 내기로 했다. 퇴직자 건강보험기금 출연 문제에서도 양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빅3'는 퇴직자 건강보험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UAW와 협상을 통해 독립적인 편드(VEBA)를 설립,이 펀드가 80년 동안 퇴직자와 가족들의 건강보험을 담당하도록 했다. 대신 3사는 펀드에 250억달러 이상의 기금을 출연해야 하는데,기금 출연 시점을 미뤄주기로 한 것이다.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빅3' 최고경영자들이 보다 진지한 자구안을 제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