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해 유전적으로 어떤 질병에 취약한가를 파악한 후 의학적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무병장수'가 결코 꿈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인 유전체의 30억쌍 염기서열이 처음으로 완전 해독됐다. 유전체(genomeㆍ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전체 조합)를 이용,환자에게 알맞은 치료가 제공될 수 있는 맞춤의학 시대를 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원장 김성진)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센터장 박종화)는 한국인 유전체의 전체 염기서열 지도를 완성했다고 4일 발표했다.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를 이용한 이번 유전체 분석은 2007년 미국 크레이그 벤터 박사,지난 4월 미국 제임스 왓슨 박사와 11월 중국 양후안밍 박사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공개된 것이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한국인 표준 유전체를 구축하는 것.표준 유전체는 질병 관련 유전인자 등을 검색할 때 기준이 되며 유전의학,맞춤의학,예방의학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김 박사의 유전자와 다른 사람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한국인만의 유전적 특성과 질병 관련 유전인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유전체에서 개인 간 유전적 차이를 일으키는 단일염기다형성(SNP) 같은 변이를 찾을 때 미 국립보건원(NIH)에 저장돼 있는 서양인 표준 유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16개 연구소가 주축이 돼 2003년 완료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는 13년간 2조7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반면 김 원장의 유전체 서열 해독에는 3개월간 2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박종화 센터장은 "이르면 5년 뒤쯤에는 자기 유전정보를 가지고 다니며 병원에 가면 의사가 유전자 정보를 먼저 확인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 용어풀이 ]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ㆍSNP)=사람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DNA 염기서열은 99.9% 같다. 단지 0.1%인 300만개의 염기가 사람마다 다른데 이것이 눈과 피부색,인종,생김새,체질,질병의 감수성 차이까지 만들어 낸다. SNP를 밝혀 내면 개인에게서 특정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알아 내거나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법 및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