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된 국고 보조금의 절반 정도가 사업준비 부족 등으로 제때 집행되지 않아 매년 1조7000억원 이상이 해당 연도에 집행되지 못하거나 사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4일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강원 경남 경북 충남 전남 등 6개 도와 산하 시ㆍ군의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고보조 사업의 실현 가능성 확인 등 보완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05~2007년 이들 6개 도와 산하 시ㆍ군에 대한 연평균 국고보조금 교부액은 3조8759억원으로 이 가운데 54%만이 집행되고 나머지 1조7842억원은 다음 연도로 이월됐다. 2005년의 집행률은 53%,2006년은 51%,지난해는 58% 등 집행률이 매년 60%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막대한 국고보조금이 사장되는 이유는 중앙 부처가 부지 확보,인ㆍ허가 및 주민 동의 등 사전절차 이행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사업계획서만을 근거로 국고보조금을 교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경기도 가평군 등 5개 시ㆍ도의 19개 시ㆍ군을 표본 조사한 결과 2005~2007년 교부된 국고보조금의 집행이 지연된 251건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부지 미확보 등 사전절차 미이행과 착공준비 지연 등 사업준비 부족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즉 타당성 조사도 없이 계획서만 제출하면 그냥 지급해 주는 '묻지마 보조금'이 만연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건복지가족부는 2004년 목포시가 신청한 전남 무안군 화장장 등 공설묘지 조성사업에 대해 국비 약 22억원을 교부했지만 입지 선정과 투자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3년7개월이 지난 올 6월까지도 목포시는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