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지켜라] (④ㆍ끝) '9988' 중소기업을 살려라‥中企 70%가 대기업 협력사…공존만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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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금형업체 에이테크솔루션은 경기 침체를 모른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LCD TV '크리스털 로즈'의 외관을 찍어내는 금형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회사들은 잔업 중단이다,감원이다 걱정이지만 일손이 달려 직원 신규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에서 금형 가공설비를 무이자로 지원받아 3년여 노력 끝에 금형을 개발했다. 기술 품질 원가절감 등에서 만족한 삼성전자는 내년 모델형 금형도 발주했다.
#사례2.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J사의 K사장은 요즘 밥맛을 잃었다. 부품을 납품받는 P사가 "경기 침체로 휴대폰 수요가 줄어들 텐데 납품물량을 줄여야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K사장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데 일자리 찾기가 가뜩이나 힘든 요즘 누구한테 운을 떼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숨 지었다.
◆'9988' 살려야 일자리 지켜진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에 감산과 구조조정의 고통스런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대기업 감산→납품물량 축소→협력업체 대량 해고→실업률 증가→내수기반 붕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 등 선제적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중소기업의 경제적 위상은 '9988'이란 표현으로 압축된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9%,종업원 수의 87.5%를 차지할 정도로 창업과 고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6년 통계청 사업체기초통계조사 결과다. 중소기업은 2007년 현재 46.6%가 대기업과 납품 관계를 맺고 있다. 간접 납품까지 포함하면 70%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스스로 시장을 창출할 수 없는 사업구조여서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1차 협력업체는 심한 몸살을 앓고,2ㆍ3차 협력업체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중소기업의 대량 해고로 고스란히 연결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소기업발(發) '해고 쓰나미'의 충격을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으로는 납품 단가나 물량을 유지해 주고,중ㆍ장기적으로는 공동 연구개발(R&D)로 협력업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R&D 중심의 상생협력으로 부품ㆍ소재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제로섬(zero-sum) 게임'을 '윈-윈(win-win) 게임'으로 바꿔야 한다"며 "고가 부품을 국산화하면 중소기업은 새로운 수익원을 얻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재고가 누적되면 부품을 납품받기 어려워지는 만큼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경영지원 예산을 공동 R&D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생태계 건강성 강화하라
불황기에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황기엔 과당 품질경쟁으로 부품 R&D에 나서기가 부담스럽지만 적정 품질만 유지하면 되는 불황기엔 사정이 다르다는 것.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협력업체들과 함께 기술수준을 크게 높여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었다"며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에 진출했던 소니 캐논 등이 최근 U턴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와 함께 부품업체들의 가격ㆍ품질 경쟁력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U턴이 일자리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대기업이 상생협력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투자할 경우 대출보증 등의 혜택을 주고,대기업이 우수 중소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황인학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총액대출제도,신용보증제도,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혜택 등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한 중소기업은 후발 기업들에 기회를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기호/송형석 기자 khpark@hankyuung.com
#사례2.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J사의 K사장은 요즘 밥맛을 잃었다. 부품을 납품받는 P사가 "경기 침체로 휴대폰 수요가 줄어들 텐데 납품물량을 줄여야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K사장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데 일자리 찾기가 가뜩이나 힘든 요즘 누구한테 운을 떼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숨 지었다.
◆'9988' 살려야 일자리 지켜진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에 감산과 구조조정의 고통스런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대기업 감산→납품물량 축소→협력업체 대량 해고→실업률 증가→내수기반 붕괴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 등 선제적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중소기업의 경제적 위상은 '9988'이란 표현으로 압축된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9%,종업원 수의 87.5%를 차지할 정도로 창업과 고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6년 통계청 사업체기초통계조사 결과다. 중소기업은 2007년 현재 46.6%가 대기업과 납품 관계를 맺고 있다. 간접 납품까지 포함하면 70%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스스로 시장을 창출할 수 없는 사업구조여서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1차 협력업체는 심한 몸살을 앓고,2ㆍ3차 협력업체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중소기업의 대량 해고로 고스란히 연결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소기업발(發) '해고 쓰나미'의 충격을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으로는 납품 단가나 물량을 유지해 주고,중ㆍ장기적으로는 공동 연구개발(R&D)로 협력업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R&D 중심의 상생협력으로 부품ㆍ소재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제로섬(zero-sum) 게임'을 '윈-윈(win-win) 게임'으로 바꿔야 한다"며 "고가 부품을 국산화하면 중소기업은 새로운 수익원을 얻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재고가 누적되면 부품을 납품받기 어려워지는 만큼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경영지원 예산을 공동 R&D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생태계 건강성 강화하라
불황기에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황기엔 과당 품질경쟁으로 부품 R&D에 나서기가 부담스럽지만 적정 품질만 유지하면 되는 불황기엔 사정이 다르다는 것.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협력업체들과 함께 기술수준을 크게 높여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었다"며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에 진출했던 소니 캐논 등이 최근 U턴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와 함께 부품업체들의 가격ㆍ품질 경쟁력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U턴이 일자리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대기업이 상생협력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투자할 경우 대출보증 등의 혜택을 주고,대기업이 우수 중소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황인학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총액대출제도,신용보증제도,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혜택 등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한 중소기업은 후발 기업들에 기회를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기호/송형석 기자 khpark@hankyu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