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지켜라] (④ㆍ끝) '9988' 중소기업을 살려라‥일본 '10년 불황' 극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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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공동개발ㆍ지분투자로 신뢰 구축
도요타, 협력업체 고용유지 '버팀목'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한국은 물론 유럽 등 각국의 화물차들이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지난 6월.전 세계가 물류대란을 겪었지만 유독 일본만은 조용했다. "운임을 안 올려주면 파업하겠다"고 협박하는 운송업자도,"운송비는 무조건 못 올려 주겠다"고 버티는 화주도 없었다. 당시 일본의 화주들은 유가 인상분의 절반 만큼 운임을 올려주는 형태로 고통을 분담했다. 운송업자들은 그 이상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일본 업계에는 '상생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다. '너 죽고,나 살자'는 식의 정글식 생존 경쟁 속에서도 '당신이 있어야 내가 산다'는 공생의 지혜를 잊지 않는 게 일본 기업이다. 일본 대기업들은 부품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 같은 상생문화는 불황기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가 세계 자동차업계 정상에 오른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2000~2003년 중 30%의 원가절감을 추진하면서 거기서 나온 추가 이익을 부품업체의 납품단가 인상 등으로 철저히 공유했다. 1990년대 장기 불황기엔 부품 주문을 줄이는 대신 하청 중소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부품 개발에 나섰다. 일감이 줄어든 중소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도요타 관계자는 "최고 부품이 있어야 최고 완성차가 만들어진다"며 "하청 부품업체의 발전을 도요타가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부품 중소기업이 여러 대기업에 자유롭게 납품할 수 있다. 도요타 핵심 부품회사인 덴소도 창립 초기부터 도요타 이외의 기업에 부품을 공급했다. 그만큼 서로 믿는다는 얘기다. 덴소는 다양한 기업들과의 거래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쌓았다. 그것이 도요타 경쟁력의 기반이 된 건 물론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가장 바람직한 상생협력의 모델은 공정한 거래와 성과 분배로 구축한 신뢰를 통해 비전과 철학까지 공유하는 형태"라며 "도요타의 협력업체들은 도요타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뼛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장기 거래 부품기업 530여개사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신뢰가 바탕이다. 한국에서라면 대기업이 중소기업 경영권까지 노린다며 비난 받았겠지만 일본의 부품기업들은 도요타의 투자를 인센티브로 받아 들인다.
일본경제조사협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9대 자동차 메이커의 270개 부품회사 가운데 58.5%가 대기업으로부터 자본 출자를 받고 있다.
도요타에 전장부품을 납품하는 알프스전기의 가타오카 마사타카 대표는 "도요타의 똑같은 기술진이 우리 회사뿐 아니라 경쟁회사에도 나가 기술지도 등을 벌이지만 회사 정보가 경쟁사로 새나갈 수 있다고 걱정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도요타를 믿는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부품 중소기업 간의 '상생문화'의 바탕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도요타, 협력업체 고용유지 '버팀목'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한국은 물론 유럽 등 각국의 화물차들이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지난 6월.전 세계가 물류대란을 겪었지만 유독 일본만은 조용했다. "운임을 안 올려주면 파업하겠다"고 협박하는 운송업자도,"운송비는 무조건 못 올려 주겠다"고 버티는 화주도 없었다. 당시 일본의 화주들은 유가 인상분의 절반 만큼 운임을 올려주는 형태로 고통을 분담했다. 운송업자들은 그 이상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일본 업계에는 '상생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다. '너 죽고,나 살자'는 식의 정글식 생존 경쟁 속에서도 '당신이 있어야 내가 산다'는 공생의 지혜를 잊지 않는 게 일본 기업이다. 일본 대기업들은 부품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 같은 상생문화는 불황기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가 세계 자동차업계 정상에 오른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2000~2003년 중 30%의 원가절감을 추진하면서 거기서 나온 추가 이익을 부품업체의 납품단가 인상 등으로 철저히 공유했다. 1990년대 장기 불황기엔 부품 주문을 줄이는 대신 하청 중소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부품 개발에 나섰다. 일감이 줄어든 중소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도요타 관계자는 "최고 부품이 있어야 최고 완성차가 만들어진다"며 "하청 부품업체의 발전을 도요타가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부품 중소기업이 여러 대기업에 자유롭게 납품할 수 있다. 도요타 핵심 부품회사인 덴소도 창립 초기부터 도요타 이외의 기업에 부품을 공급했다. 그만큼 서로 믿는다는 얘기다. 덴소는 다양한 기업들과의 거래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쌓았다. 그것이 도요타 경쟁력의 기반이 된 건 물론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가장 바람직한 상생협력의 모델은 공정한 거래와 성과 분배로 구축한 신뢰를 통해 비전과 철학까지 공유하는 형태"라며 "도요타의 협력업체들은 도요타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뼛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장기 거래 부품기업 530여개사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신뢰가 바탕이다. 한국에서라면 대기업이 중소기업 경영권까지 노린다며 비난 받았겠지만 일본의 부품기업들은 도요타의 투자를 인센티브로 받아 들인다.
일본경제조사협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9대 자동차 메이커의 270개 부품회사 가운데 58.5%가 대기업으로부터 자본 출자를 받고 있다.
도요타에 전장부품을 납품하는 알프스전기의 가타오카 마사타카 대표는 "도요타의 똑같은 기술진이 우리 회사뿐 아니라 경쟁회사에도 나가 기술지도 등을 벌이지만 회사 정보가 경쟁사로 새나갈 수 있다고 걱정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도요타를 믿는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부품 중소기업 간의 '상생문화'의 바탕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