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SK가스 등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들이 각 충전소에 공급하는 12월 LPG가격을 며칠 새 재조정하며 인상 폭을 당초보다 낮췄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LPG가격을 올린 뒤 여론이 악화되자 마지못해 가격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와 경유값이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인상쪽으로 역주행 중인 LPG가격 결정 방식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 등 해외에서 LPG를 100%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E1과 SK가스 측은 가격 인상폭 재조정과 관련,LPG 공급 업체 간에 이뤄진 자연스러운 가격경쟁의 결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LPG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이번 달 LPG 공급 가격 인상폭을 줄이면서 E1과 SK가스도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폭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는 LPG를 자사 충전소에 일정 부분(40%) 자체 공급하는 GS칼텍스는 이번 달 LPG 공급 가격을 E1과 SK가스에 비해 14~18원 정도 낮게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E1과 SK가스가 12월 공급 가격 인상폭 재조정을 업체 간 가격경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거꾸로 말해 그만큼 가격조정 여지가 있음에도 수익폭을 최대화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LPG 공급 업체들은 휘발유,경유 가격이 계속 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LPG가격은 거꾸로 오르는 이유에 대해 LPG는 수입 완제품인 반면 휘발유는 원유를 수입해 만든 국내 생산품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급등하고 있는 환율을 적용해야 하는 강도가 정유업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1 관계자는 "통상 배 선적에서부터 국내에 도달하는 시간이 20일 이상 걸리는 LPG는 공급 구조상 가격 시차가 날 수밖에 없다"며 "현재 LPG가격이 정점에 올라선 상황인 만큼 내년부터는 완만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1은 지난 2일 프로판가스는 11월보다 ㎏당 57원 오른 1367원으로,부탄가스는 ㎏당 85원 높은 1760원(ℓ당 1027.8원)으로 12월 LPG 공급 가격을 변경했다. 당초 E1은 이달 공급가격을 프로판가스는 ㎏당 99원 올린 1409원으로,부탄가스는 ㎏당 106원 인상한 1781원으로 각각 결정해 지난달 30일 충전소에 통보했었다. SK가스도 지난 1일 이달 공급 가격을 발표한 뒤 하루 만에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 가격을 각각 ㎏당 58.43원과 85.54원 올리는 것으로 인상폭을 10~30원가량씩 축소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