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수익 상반기 악화, 하반기엔 개선돼 주가회복세
"외환위기 같은 상황 없을것" … 원ㆍ달러 환율 안정 예상

외국계 증권사들이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UBS는 코스피지수 적정치(목표치)를 각각 1100선과 1250선으로 제시,괄목할 만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최고치를 1300선에서 1500선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과거 외환위기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실물경기와 기업실적이 좋아질 전망이어서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기업수익 악화 전망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지수 적정 수준을 1100선으로 잡았다.

이 증권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기업의 수익이 올해 25% 감소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한국 증시의 지난 20년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1100선이 적정 수준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국내 기업 수익이 내년에 10%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750선을 각오해야 하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은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돼 이런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UBS는 내년 말 코스피지수를 1250선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내년 한국 증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밑도는 저평가 상태로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PBR 0.9배 미만인 주가가 내년 말에는 1.1배 수준인 125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맥쿼리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 감소와 건설사 은행 등의 부실 문제가 주가 반등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증권사는 내년 국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7.4% 증가할 것이라던 종전 전망치를 1% 감소로 수정했다.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될 것

외국계 증권사들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체 실물경기와 기업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과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정부의 부양책이 경기 둔화 장기화를 막는 데 기여할 것이며 원·달러 환율이 내년 말로 갈수록 하향 안정되면서 한국 증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가 상반기엔 부진하지만 하반기엔 회복되는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채를 크게 줄여 재무상태가 양호해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연말로 갈수록 사정이 낙관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실적은 내년에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도 경기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나아져 기업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가 실물경기를 한두 분기 정도 선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엔 저점 매수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방어주 추천 많아

외국계 증권사들은 내년에는 경기방어주를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경기방어주는 실적 변동성이 작은 만큼 경기침체기에도 수익이 급격히 감소할 우려가 덜하고,재무구조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민감주는 원·달러 환율이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거시경제 변수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KTF를 꼽고 목표주가로 이날 종가(2만9000원)보다 22.4% 높은 3만5500원을 제시했다.

맥쿼리증권은 내년 이동통신주는 순이익이 4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반해 은행 철강 건설 등은 20~40%대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UBS는 KT&G 신세계 하이트맥주 LG텔레콤 현대모비스 등을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KT&G는 담배가 필수소비재라는 점이,현대모비스는 중고차용 부품사업이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