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연차-정대근씨와 '삼각커넥션' 규명 주력…노씨는 강력 부인

법원이 4일 노건평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세종증권(현 NH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는 로비 과정에서 노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적극 개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화삼 전 제피로스골프장 대표(구속)와 동생 광용씨(구속) 형제가 세종증권의 대주주인 세종캐피탈 측 부탁으로 세종증권 매각 성사를 도와주고 받은 30억원도 노씨 몫일 수 있다는 검찰 주장도 반영됐다. 노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을 한 부분도 있고… 전부 인정을 하기는 그렇다"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씨 형제와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노씨 구속을 계기로 앞으로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씨의 거래 관계,박 회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푸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노건평씨 주도로 세종證 로비자금 나눴다
◆노씨는 '공범' 아닌 '주범'

최재경 수사기획관은 "노씨가 처음부터 정씨 형제와 공모,세종증권 인수 대가로 20여억원 이상이라는 거액을 받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노씨에게 건너간 것으로 밝혀진 돈은 4억원이고 정씨 형제와 공동 관리 상태로 남아있는 건물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노씨가 인수 로비에 있어 실질적으로 주요 역할을 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노씨가 자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2005년 2월 자택 인근에서 광용씨로부터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구속)을 소개받아 로비청탁을 승낙했다. 같은 해 5~6월 정화삼씨한테 또 청탁을 받았으며 수차례에 걸쳐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구속)에게 전화하고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나 직접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중수부는 인수가 성사된 뒤 30억원이 든 홍씨 명의 통장과 도장을 정씨 형제가 받아 일부로 성인오락실을 운영했으며 이는 모두 노씨의 돈을 대신 혹은 공동 관리한 행위로 판단했다.

검찰은 30억원 중 세탁 과정을 거친 현금 1억원이 2005년 3월 처음 건네졌고,현금 2억원과 1억원이 두 차례에 걸쳐 2006년 4월께 심부름꾼을 통해 노씨에게 넘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김해 오락실 운영에 10억5000만원을 사용하는 등 건네받은 30억원을 모두 사용해 현재 차명계좌에 남은 돈은 없다고 밝혔다. 또 성인오락실 수익금이 노씨에게 건너간 증거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노씨-박 회장-정 전 회장, '커넥션'?

검찰은 앞으로 노씨의 혐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홍 사장이 정 전 농협회장에게 준 50억원이 제3의 인물에게 건네진 것은 아닌지,증권선물거래소와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가 각각 세종증권과 농협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도 수사한다.

특히 박 회장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여 세종증권 매각과 휴켐스 인수 과정 전반에서 친분이 두터운 박 회장과 노씨,정 전 회장의 '삼각 커넥션'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 회장을 포함해 다수 정ㆍ관계 인사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세종증권 주식 거래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다음 주께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