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는 47개의 골프장이 있다. 200개가 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많이 적은 편이다. 필리핀 내국인을 상대로 한 골프시장이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그러나 골프장 예약은 쉽지 않다. 한 해 310만명 선인 관광객과 상사 주재원 등의 비즈니스 골프수요가 대기하고 있어서다. 성수기인 겨울철에 특히 그렇다. 골프장은 수도 마닐라 근교에 몰려 있다. 관광지인 클라크와 수빅,세부,다바오,바기오 등지에도 수준급 골프장이 있다.

필리핀 최대 골프장

이글릿지GC가 이들 골프장 중에서 가장 크다. 마닐라 시내에서 남쪽으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이글릿지GC는 18홀짜리 4개 총 72홀 규모로 조성돼 있다. 미국 골프장 설계의 전설로 꼽히는 피트 다이의 아들인 앤디 다이,일본의 골프황제 이사오 아오키,메이저대회 6승 관록의 '스윙 머신'이라 불리는 영국의 닉 팔도 그리고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 등 4명이 각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코스를 디자인했다. 신선하고 도전적이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별 독특한 레이아웃을 자랑하는 이유다. 난이도도 적당해 초보자에서 프로까지 모두 라운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좁은 편이어서 흔들리지 않는 정확한 샷을 요구한다. 파온 시키기가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

일반 관광객은 이사오 아오키 코스와 앤디 다이 코스에서 라운드한다. 노먼과 팔도 코스는 불가다. 이 두 코스는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돼 등록 회원을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 앤디 다이 코스의 경우 필리핀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악명 높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정확한 샷을 구사할 수 없다면 규정타로 그린에 올리기가 힘들다. 그린 또한 아주 빨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매샷 공이 떨어질 만한 데에 도사리고 있는 대부분의 벙커가 깊으며 특히 그린 주위의 벙커는 턱이 수직으로 높아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는다.

장타자에게 유리한 아오키 코스

이사오 아오키 코스는 이글릿지GC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다. 다른 세 코스에 비해 페어웨이가 넓은 평지형으로 롱홀이 많아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처음 보기엔 평이하지만 몇몇 홀은 드라이브샷을 할 때 시야가 좁고 해저드도 많은 게 특징이다. 보통 챔피언티에서 티샷을 한다.

4번홀이 아웃코스 첫번째 파3홀이다. 무난하게 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린이 작고 경사가 심해 3퍼트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더블파로 무너질 수 있다. 맞바람이 심하게 부는 코스로 두 클럽 정도 길게 잡아야 그린에 안착시킬 수 있다. 다만 그린을 넘어가는 샷은 금물이다.

13번홀은 오른 쪽으로 약간 휜 파4홀.왼쪽에는 해저드,오른쪽에는 OB구역이 있어 정확한 티샷을 해야 한다. 왼쪽 페어웨이 벙커를 향해 쳐야 하는데 거리조절에 실패하면 벙커에 빠질 수 있다. 벙커 약간 오른쪽을 겨냥해 180야드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2온을 노리는 게 좋다. 그린 주변을 둘러싼 벙커와 해저드도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 18번홀은 다소 긴 파4홀.2온은 무리이고 3온 작전으로 나가야 한다. 세컨드 샷이 관건.그린 주변의 벙커와 해저드를 피해 그린에 안착시킨다면 기분좋게 홀아웃할 수 있다. 경사와 굴곡이 심한 그린 뒷부분으로 넘어갈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