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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정부 '최악 시나리오'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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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경 <고려대 명예교수ㆍ경제학>

    환란보다 심각한 경제위기, 위기관리형 경제팀 가동을

    1997년의 외환위기는 경상수지적자(연 300억달러 이상),기업의 과중한 부채,금융기관의 과중한 해외차입,극심한 노사분규,정부의 오판,정치권의 이전투구 등이 겹치자 외국 채권기관이 외채회수 및 만기연장 거부 등에 의해 외환시장 붕괴가 급속히 진행된 단기 파탄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된 외환위기였기에 선진 국이 도와주고 세계경기가 좋아 우리나라는 연 400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처럼 우리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금융위기와 불경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면서 무역흑자국인 중국도 불경기를 겪고 있다. 선진국으로부터의 지원은 고사하고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 우리나라가 이중 삼중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첫째,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대상국들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세계무역량이 감소하는데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 중화학제품으로 불경기에 취약하고 단기에 불요불급하며 경쟁력이 확고하지 않다. 수출급감이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둘째,국제수지가 계속 나빠질 수 있다. 수출급감에 의한 무역수지 적자,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외국인의 이탈에 의한 자본수지 적자,이전소득 등 기타 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국제수지 적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국제수지 적자와 세계적 금융위기로 외화조달이 여의치 않아 외환시장 불안(환율폭등)이 지속될 수 있다. 외화의 수급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달러,엔,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원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계속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한시적이고 제한적이며 일본과 중국과의 스와프가 미결상태이므로 스와프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넷째,국내 금융시장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외화조달 애로,과중한 가계 빚,부실기업에 의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대,부동산시장 붕괴위험,주요은행의 BIS 하향 지속,금융시장의 전반적 경색,주식가격 폭락,펀드 손실자들의 집단행동,정부와 한국은행의 한계 등 위기요인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위기요인을 완화 또는 제거할 길이 없다. 앞으로 점점 더 악화될 조짐이다.

    다섯째,실물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한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1998년의 마이너스 성장 이상으로 가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극심한 불경기에 빠지지 않도록 힘겹게 지탱시켜 준 수출이 급감하게 되면 실물경제위기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수출기업,건설업,중소조선업,영세상업,중소기업 등의 위기요인이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노출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이 위기에 돌입하고 도미노현상과 연쇄반응으로 위기가 가속되면 실물경기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위기가 가속되는 과정에 있다.

    끝으로 세계금융위기와 세계경제 불경기가 국내금융위기와 불경기를 가속시키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는 세계경제의 호경기와 선진국의 도움이 우리나라 경제를 회복의 길로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세계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게 됐다. 그래서 이번의 위기는 더 심각하고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눈앞의 미시적 단기대처에 허겁지겁하지 말고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근본적인 대처에 주력해야 한다. 대통령의 기업가적 발언과 시대착오적 사고로 인해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이 상실될 위험에 있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최후의 보루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성장을 위한 경제팀을 위기관리팀으로 교체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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