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 어려운 개인들이 여러 장의 카드로 빚을 ‘돌려막기’ 하듯, 상장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빚 돌려막기’에 나서고 있지만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

엘림에듀는 5일 ‘해외CB(전환사채) 상환에 쓰겠다’면서 진행한 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전량 미청약됐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 이번 유증과 관련한 유가증권 신고서에서 “유증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부도가 날 수도 있다”며 딱한 사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디아이세미콘은 지난 4일 공시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추진했던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청약자가 없어 실패했다”고 밝혔다.

대개 상장사들은 운영자금이나 신규 사업 진출자금 등으로 쓰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상증자 목적으로 사채나 차입금 상환 등을 기재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이전에 빌린 자금으로 신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채 상환만기가 돌아와 유상증자에 나선 것인데, 이는 돈을 벌지 못한 기업이 다시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세지는 다행히(?)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나섰던 유상증자에 성공, 한숨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에 유상증자 납입금으로 134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 증자 결과가 3.12%에 불과했지만 이어 실권주에 대해 실시한 일반유증에서 100% 청약이 이뤄져 134억원을 조달한 덕분이다.

그러나 차입금 상환은 했지만, 대규모 증자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5일 세지는 기존 유통물량(636만6000주)의 3배도 넘는 2096만8029주가 새로 상장되면서, 물량 부담으로 인해 오후 1시 39분 현재 하한가까지 추락한 상태다.

빚 갚기 위한 유상증자에 실패한 디아이세미콘과 엘림에듀도 이 시각 현재 모두 하한가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