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오바마 위기의 미국 구할까] 오바마의 용인술 … "최고라면 라이벌도 마다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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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사단'이 위용을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이 디자인한 백악관 비서팀,경제팀,외교ㆍ안보팀의 면면은 소통,경험,실용ㆍ화합이라는 코드의 정교한 조합이다. 최정점에는 리더인 오바마 자신이 있다. 그는 인선을 발표하면서 "변화를 위한 비전은 첫째도 둘째도 내 몫"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각료와 주요 포스트 25명 가운데 17명이 발표됐다.
오바마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지명한 인물은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이매뉴얼은 학계 출신도,관료 출신도 아닌 하원의원 출신이라는 게 포인트다. 의회 내에서 '싸움닭' '람보' 등으로 불리는 그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 시절 보여준 행정부-의회 간 가교 역할은 발군이었다.
비서실 부실장에 기용된 짐 메시나는 막스 보커스,바이런 도건 상원의원 아래서 비서실장을 지냈다. 보커스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를 계기로 미 의회 내에서 더욱 강경하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에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가 이런 성향의 최측근 보좌진을 구성한 것은 의회 협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오바마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돌파할 경제팀을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폴 볼커 경제회생자문위원회(ERAB) 위원장 지명자 등으로 구성했다.
가이트너와 서머스는 클린턴 전 정부에서 재무차관과 재무장관을,볼커는 카터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역전의 용사들이다. 이들의 '성공 경험'을 무기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도다.
정치 무대에서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적은 더 가까이 둔다'는 게 정석이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대 라이벌이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과감하게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힐러리는 지명 받는 날 "거센 적수였다"고 농담조로 소개하는 오바마에게 "의회 인준을 받는다면 국무장관직과 오바마 행정부,미국에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응했다.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소방서에서 만나 유임시키로 결정한 것도 초당적 인사다. 흑인인 에릭 홀더 전 법무차관을 법무장관에,역시 흑인으로 여성인 수전 라이스 외교정책 고문을 주유엔 미국 대사에 처음으로 앉히기로 해 성과 인종 벽도 무너뜨렸다. 상무장관에 지명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히스패닉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오바마는 '하이브리드 내각' 구성에 대해 "그동안 백악관의 위험 요소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맞장구를 치는 집단사고에 매몰돼 토의와 이견이 없었던 것"이라면서 "내 정부에서는 강한 개성을 가진 각료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