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위기에 처한 미국 자동차산업노조(UAW)가 살아남기 위해 복지축소와 임금삭감에다 고용보장까지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UAW조합원이면 실직해도 일정기간 급여의 95%까지 받던 것을 잠정중단하고,퇴직자 건강보험료 지원을 유예하며,시간당 74달러(GM)인 임금을 45달러로 낮추겠다는 것 등이 골자(骨子)다. 업계가 공멸 지경에 달해도 물러설 줄 몰랐던 노조가 결국 '양보안'이라며 백기를 들고 나온 것은 지금 미국 차업계가 얼마나 절박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가를 나타내준다.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님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미국 자동차산업노조의 이러한 결단이 뒤늦은 감이 없지않다는 점이다. 이렇게까지 악화되기 전에 조금씩 양보하면서 노사가 힘을 합쳤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초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러한 지나친 노조의 요구에 안이하게 대응한 회사의 태도나 방만한 경영 등도 반성의 여지는 많다. 그렇다 해도 결국은 노조의 지나친 요구가 스스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우리에게 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애로와 노조의 뒤늦은 양보는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정 도 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무한경쟁에 들어가면서 주요 메이커별로 고통스런 생존 경영이 불가피해진 것이 다가온 현실이다.

조업단축으로 이미 감산(減産)에 들어간 한국 자동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생산량 조절을 위한 생산직의 전환배치도 노조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하다니 딱한 노릇이다. 지금은 유례없는 위기국면이다. 노조는 작은 이익에 매달릴 만큼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점부터 자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