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 도시바 "못버티겠다" … 7년만에 생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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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업계를 옥죄고 있어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 세계 2위인 일본 도시바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결정한 세계 5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독일 키몬다는 유동성 문제로 내년 초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일본 NHK는 5일 도시바가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달 27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일본 서부 요카이치 공장과 남부 오이타 공장 두 곳에서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가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2001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도시바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595억엔(약 9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키몬다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내년 1분기 중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노사는 최근 1550명의 인력 감축에 합의했다. 주 정부에 3억유로의 금융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회사 측은 "현재 진행 중인 투자자와의 논의가 실패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야,파워칩,프로모스 등 대만 반도체 업체들도 대만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들의 대출을 2년 연장한 데 이어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바닥이 없다"
한국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실적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하이닉스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필요하다면 정부도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해 왔던 삼성전자도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4분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30% 이상 빠지는 상황에서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환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가 위기에 빠진 직접적인 이유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당초 올해 3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가격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더 떨어지고 있다. 대만 반도체 중개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기가비트(Gb) DDR2 D램의 가격은 지난 8월 2.25달러에서 11월 1.19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하락세는 훨씬 더 가파르다. 올해 2월까지 3.34달러였던 멀티레벨셀(MLC) 8Gb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역시 10월 1.63달러,11월 1.40달러로 수직 하락했다.
◆"나아진다" vs "더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한국 업체들에 득이 될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키몬다가 퇴출하고 감산이 확산되면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해소돼,국내 업체들의 사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논리다. 이동근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언제 회복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해외 경쟁사 중 5~10% 점유율을 지닌 기업 한 곳만 무너지면 메모리 반도체 경기는 금방 되살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가 워낙 빨라 구조조정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들이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는 점도 낙관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