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청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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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1877~1962)는 장편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선생과 학생 중 누가 더 상대를 억누르고 괴롭히는가. 상대의 인생과 영혼에 누가 더 상처를 입히는가.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 그 누구도 분노와 수치심 없이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순 없을 것이다. '
소설의 주인공은 섬세하고 똑똑한 소년 한스 기벤라트.그는 아버지와 선생님들의 기대에 따라 마을 사람 모두가 선망하는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심성 여린 그는 신학교의 과도한 경쟁과 권위주의적 분위기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채 귀향,좌절과 방황 끝에 세상을 등진다.
뒤늦게 공장 견습공이 된 그를 바라보는 고향 사람들의 눈길은 차갑기 짝이 없다. 궤도에서 이탈한 그에게 남은 건'신학교에 붙은 대장장이'라는 비웃음뿐.한스는 눈물 짓는다. '공부에 흘린 숱한 땀과 눈물,억눌러야 했던 자그마한 기쁨들,자부심과 공명심 그리고 희망에 넘치는 꿈도 모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
끊임없는 경쟁에서 밀려날까 두려움에 떠는 게 한스 뿐이랴.미국에선 젊은층 20%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인격 장애를 겪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술과 마약을 남용한다는 발표다. 컬럼비아대와 뉴욕정신의학연구소 연구팀을 이끈 마크 올프슨 박사가 19~25세 5000여명을 인터뷰, 분석한 결과다.
미국만 이런 것도 아니다. 서울 시내 중고생 100명 중 2.3명꼴로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마당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학생도 전국평균은 100명당 2.06명인데 수도권 부동산 버블 지역은 3명 이상이고 특히 서울 강남구는 3.85명으로 가장 높다고 돼 있다.
게다가 20대에선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다. 서울대생 3~8%가 정신적 문제로 전문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매년 800명 정도가 성적 부진으로 학사 경고를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거칠 것 없어야 할 청춘이 경쟁 탈락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잔뜩 얼룩져 있다는 얘기다.
주변의 과도한 기대와 압력이란 수레바퀴 아래 깔려 버린 한스와 달리 헤세는 85세까지 살면서 '데미안'과'유리알 유희'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불확실한 미래에 따른 불안과 절망은 청춘의 안타까움이자 특권이다. 모든 건 지나간다. 유감 많은 청춘에 짓눌리지 말고 미래를 개척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소설의 주인공은 섬세하고 똑똑한 소년 한스 기벤라트.그는 아버지와 선생님들의 기대에 따라 마을 사람 모두가 선망하는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심성 여린 그는 신학교의 과도한 경쟁과 권위주의적 분위기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채 귀향,좌절과 방황 끝에 세상을 등진다.
뒤늦게 공장 견습공이 된 그를 바라보는 고향 사람들의 눈길은 차갑기 짝이 없다. 궤도에서 이탈한 그에게 남은 건'신학교에 붙은 대장장이'라는 비웃음뿐.한스는 눈물 짓는다. '공부에 흘린 숱한 땀과 눈물,억눌러야 했던 자그마한 기쁨들,자부심과 공명심 그리고 희망에 넘치는 꿈도 모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
끊임없는 경쟁에서 밀려날까 두려움에 떠는 게 한스 뿐이랴.미국에선 젊은층 20%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인격 장애를 겪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술과 마약을 남용한다는 발표다. 컬럼비아대와 뉴욕정신의학연구소 연구팀을 이끈 마크 올프슨 박사가 19~25세 5000여명을 인터뷰, 분석한 결과다.
미국만 이런 것도 아니다. 서울 시내 중고생 100명 중 2.3명꼴로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마당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학생도 전국평균은 100명당 2.06명인데 수도권 부동산 버블 지역은 3명 이상이고 특히 서울 강남구는 3.85명으로 가장 높다고 돼 있다.
게다가 20대에선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다. 서울대생 3~8%가 정신적 문제로 전문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매년 800명 정도가 성적 부진으로 학사 경고를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거칠 것 없어야 할 청춘이 경쟁 탈락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잔뜩 얼룩져 있다는 얘기다.
주변의 과도한 기대와 압력이란 수레바퀴 아래 깔려 버린 한스와 달리 헤세는 85세까지 살면서 '데미안'과'유리알 유희'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불확실한 미래에 따른 불안과 절망은 청춘의 안타까움이자 특권이다. 모든 건 지나간다. 유감 많은 청춘에 짓눌리지 말고 미래를 개척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