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2008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쏟아졌지만 집도 땅도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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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 집값 바닥없는 추락, 3.3㎡당 2000만원 아래로 떨어져
서울지역 땅값 8년 만에 첫하락, 하반기 부양대책만 6차례…백약이 무효
올해 부동산 시장은 잇따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기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약세를 지속했다. 지난 10월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까지 더해져 빈사 상태에 빠졌다.
서울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은 폭락 양상을 보여 향후 주택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가격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거래량이 급감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부담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된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줄었다. 4분기 거래가 더욱 얼어붙은 상황이라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버블 세븐 7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부동산114 집계)은 평균 7.43% 내려 다른 지역보다 하락세가 가팔랐다. 3.3㎡당 매매가가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은 신도시(-7.13%)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돼 상반기 가격이 올랐던 곳도 하반기에는 내리막으로 반전했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투자 1순위로 꼽혔던 재개발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단기 급등한 재개발 지분 가격에 비해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오면서 조합원의 추가 부담이 늘어났고,투자수익이 마이너스인 이른바 '깡통 지분'까지 등장했다. 재건축 아파트값도 6년 새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대규모 입주 물량 충격과 개발부담금제 유지로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서울은 4.4%,경기도는 3.2% 떨어졌다.
그러나 올 한 해 전체적인 집값은 소폭 오름세로 마감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서울 강북권과 경기 북부 등지의 집값이 올랐고 전국적으로 소형 집값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 전체 집값은 0.35% 올랐지만 작년(1.84%)보다는 상승폭이 작았다. 소형 강세는 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져 69~99㎡형 매매가가 서울 8.14%,수도권 10.54% 등으로 상승했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잇따른 계획 발표에도 불구,미분양 여파로 실제 공급 실적은 감소했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계획은 위례신도시 개발안,동탄2신도시 개발 확정 발표는 물론 오산 세교2지구,검단신도시 확대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또 9ㆍ19 대책에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150만 보금자리주택 건설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올 한 해 실제 공급ㆍ분양한 물량은 연초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달 공급 예정 물량까지 포함해 연간 최대 27만가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과 경기 침체에 따른 청약 수요 위축으로 많은 건설사들이 분양계획을 미뤘고 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미분양 물량 때문에 주택 공급은 더욱 위축됐다.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은 주택시장 약세 속에 틈새 상품으로 부상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소형 아파트 인기에도 힘입었다. 올해 오피스텔 가격은 전국 평균 6.9% 상승했다. 작년보다 2.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서울은 8.2%,경기는 5.7% 값이 올랐다. 서울 경기 모두 저평가 지역의 중ㆍ소형 오피스텔 위주로 활발히 거래가 이뤄졌다. 신규 분양시장도 뜨거웠으며 인천 오피스텔이 특히 각광받았다. 포스코건설이 공급한 커낼워크는 평균 190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토지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인천과 군산 등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만 빛을 봤을 뿐 대부분 암흑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서울지역은 8년 만에 처음으로 땅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내림세로 돌아섰다. 토지가격은 가을 들어서 더욱 떨어졌다. 지난 10월 토지가격 상승률은 0.04%로 전월 대비(0.32%) 8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제로 변동률'을 기록했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세(60%)가 여전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 토지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6ㆍ10 미분양 대책을 포함,11ㆍ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 이르기까지 일곱 차례의 '대책'을 내놓았다. 집값 하락과 건설경기 위기가 촉발된 하반기에만 여섯 차례나 대책을 쏟아냈다. 11ㆍ3 대책에서는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해 분양권 전매를 5년 만에 허용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 과세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려 종부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8ㆍ21,11ㆍ3 대책을 통해서는 재건축 사업 절차 간소화,소형 주택 의무비율 및 임대주택 의무 건립 규제를 완화했고 용적률 상향 조정을 허용했다.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각종 규제를 숨가쁘게 풀었지만 대세 하락 기조를 잡은 시장의 움익임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