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3에 150억弗 투입…유럽도 510억弗 검토
피아트 CEO "합병 불가피…빅6만 살아남는다"


일자리 급감에 비상이 걸린 미국 의회와 연방정부가 일단 단기 구제금융을 지원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의 파산을 막기로 잠정 합의했다. 지원 규모는 '빅3'가 요청한 34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1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도 미국을 뒤따라 자국 자동차산업에 지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6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이 4,5일 열린 의회 청문회를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업계 지원방안을 도출해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 지도자들과 자동차업계 지원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일부로 '빅3'를 지원하길 원했지만 공화당과 백악관의 반대에 부딪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에너지기금에서 단기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일단 '빅3' 파산이라는 위기를 넘기고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와 다음 의회에서 장기 구제방안 등을 협의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금지원 조건으로 자동차업체들에 어떤 요구를 할지,언제까지 자금을 회수할지 등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위기에 몰린 '빅3'는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에도 올 연말까지 68억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캐나다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자동차산업 구제를 결정하면서 유럽 아르헨티나 중국 등 세계 각국도 자동차업계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은 400억유로(51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르헨티나는 자동차구입용 저리 자금 지원을 위해 9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며 중국도 자동차 할부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지난주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가 전략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스웨덴 자회사인 볼보와 사브를 각각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선 합병설도 본격적으로 대두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시온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합병이 앞으로 2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업계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는 살아남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합병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세계 자동차 시장은 '빅6'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연간 55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과 독일의 업체 각 한 곳과 프랑스-일본 합작업체는 살아남을 것이며,그 외 추가로 미국업체 한 곳과 일본,중국 그리고 다른 유럽업체 하나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마르시온네 CEO가 업체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재 생산 기준으로 이에 해당하는 도요타,GM,폭스바겐,포드 그리고 르노-닛산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생존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극심한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한 중·소형차 경쟁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이어서 신차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서기열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