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상계관세 관련 실사단 파견
하이닉스 "지원 안받은 사실 명백"
임원30% 감축 등 고강도 자구책도



하이닉스반도체가 내년 초 대규모 차입과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본 정부가 상계관세 관련 실사단을 파견키로 해 정부와 채권단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업계는 최근 감산과 조업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계의 견제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 등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실사단이 오는 16일 방한,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하이닉스가 정부나 채권단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실사는 2005년 4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실사 배경 뭔가

일본의 갑작스런 실사 배경에 대해 업계는 △자금 수혈을 준비 중인 하이닉스의 발목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거나 △WTO(세계무역기구)의 권고대로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를 철폐하기 위한 수순 밟기라는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실사단의 방한을 경계하는 측에서는 일본이 아직까지 상계관세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자국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 등의 제소를 받아들여 2006년부터 하이닉스의 D램에 대해 27.2%의 상계관세를 부과해왔다.

일본은 지난해 말 WTO가 "하이닉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상계관세 부과는 WTO의 보조금 협정에 정면으로 위반되기 때문에 시정해야 한다"고 판정한 이후에도 무려 9개월을 판정 이행기간으로 소진했다. 지난 9월에야 관세율을 낮췄으나 9.1%로 인하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향후 관세 유지에 필요한 명분을 얻기 위해 실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자국 반도체 업계를 위해 하이닉스의 자금력 충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충동을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털어 봐야…

일본이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상계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려는 절차적 차원에서 실사를 벌인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조사대상 기간인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하이닉스가 정부나 채권단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해외 경쟁업체들로부터도 입증됐다. 하이닉스는 2002년부터 알찬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WTO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배척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조금을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일본 정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수출물량 67억달러어치 가운데 10.4%인 7억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 D램 시장에서 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 15%로 엘피다(35%),삼성전자(32%)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 나선다

하이닉스는 최악의 불황을 뛰어넘기 위해 임원의 30%를 줄이는 등 고강도 자구조치를 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최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김종갑 사장과 김준수 청주 노동조합위원장,정종철 이천 노동조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 감축과 희망퇴직,무급휴가 등을 골자로 하는 자구노력 방안에 합의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자구책은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 하이닉스 주요 금융주주단의 1조원 지원 검토안과 함께 마련됐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15%에 달하는 인건비를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는 우선 30명에 달하는 임원을 30% 감축키로 했다. 임금도 삭감해 김종갑 사장은 30%,그 밖의 임원들은 10~20%씩 줄이기로 했다.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도 실시한다. 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2주일씩 무급 휴직도 실시키로 했다.

집단 장기 휴가도 보내기로 했다. 이달 25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일반 직원들을 중심으로 장기휴가에 들어간다. 다만 이천과 청주공장은 생산계획에 따라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한다.

이 밖에도 휴일 근무수당과 시간외 근무수당을 없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급하던 생산목표 달성 인센티브와 각종 정기행사나 명절 때마다 주던 선물 등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복리후생제도도 손질하기로 했다.

조일훈/김현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