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면 '바닥 조기 탈출' 효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소식이 전해졌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주택경기가 안정상태라면 거래와 가격 상승의 기폭제로 한몫 단단히 하겠지만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침체 상황이라 약발 기대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양도세 혜택을 보는 투자 수요가 나서줘야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이 실수요자와 매수자 중심으로 흐르고 있어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집값 내림폭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불경기에 세금이 줄어들면 집주인들이 매물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이후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거래가 늘어나는 '뒷심'이 발휘될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집값 하락 가속화할 수도

양도세 완화라는 재료에도 불구하고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문의전화가 거의 없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가나공인 차윤원 사장은 7일 "매매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말에 사무실을 지켰지만 예상과 달리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며 "경기가 침체되고 집값 반등에 대한 전망이 확실치 않아 정부 대책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중개업자 사이에서 양도세 완화 발표로 거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도세 완화는 집을 팔아 이익을 낼 때만 세금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인데,주택가격이 하락해 양도차익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도세 완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는 세금이 내리면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난다"며 "자금 사정이 급한 집주인의 경우 이번 기회에 집값을 더 낮춰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져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요인이 된다는 점도 밝혔다.

양도세 완화 혜택을 볼 수 있는 주택은 2006년 6월 현재 580만가구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2주택자의 집은 352만가구다.

바닥 치면 효과 확실해질 듯

부동산업계에서는 양도세 완화 대책을 단기적인 악재로 평가하면서도 결국에는 시장 정상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짧게 보면 양도세 완화를 계기로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겠지만 바닥을 빨리 치게 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양도세 완화가 주택시장을 부양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도 "지금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고밖에 할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경기가 호전되면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라며 "당장 시장에 뛰어들려 하지 말고 양도세 완화 등 각종 대책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면서 저가 매수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종서/이호기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