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디프신소재의 대주주 간 갈등이 해소될 조짐은 커녕,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대 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이 회사 경영권을 내놓으라며 최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한 것.

이에 대해 회사 설립자이자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2대 주주 이영균 총괄사장측은 "기술을 빼돌린 동양제철화학에 회사 경영을 맡길 수는 없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사법부의 결정 이후에야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제철화학은 이달 초 소대프신소재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동양제철화학이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자며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소디프신소재가 이를 거절하자 법원의 결정을 구한 것이다.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최대주주인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부당한 사유를 들어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아 부득이 법률 분쟁으로 비화됐다"고 주장했다.

소디프신소재 이사회는 지난 10월 동양제철화학이 선임한 조백인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비등기 임원 2명에 대해서도 보임 해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동양제철화학이 이들을 통해 회사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는 게 이사회의 주장이다.

동양제철화학은 향후 임시주주총회가 소집되면 이영균 사장이 추천한 이사진을 전부 해임하고 백우석 사장 등 동양제철화학 인사로 이사진을 채울 계획이다.

실제 주주총회에서 동양제철화학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동양제철화학은 소디프신소재 보유지분율이 36.77%(160만5244주)에 달해 지분 14.51%를 갖고 있는 이영균 사장측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변수가 하나 남아있다. 이영균 사장은 올 상반기 동양제철화학의 신현우 회장 등을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검찰은 동양제철화학을 압수수색하고 기술 관련 자료를 가져와 정밀 조사중이다. 검찰이 기술유출 혐의를 인정할 경우 동양제철화학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소디프신소재 관계자는 "만약 동양제철화학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주주총회 소집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 돼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한 만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동양제철화학이 우리(소디프신소재) 지분을 인수하면서 2010년까지 이영균 사장과 공동경영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해 놓고 이제와서 경영권을 달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큰 기업인 동양제철화학이 작은 기업인 소디프신소재의 기술을 빼돌리고 회사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비춰져 동양제철화학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경연권 분쟁은 마지막에 누가 이길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후에는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대주주간의 갈등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면서 소디프신소재의 주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경영권 이슈가 아니더라도 기업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에 지금의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