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농협 귀에 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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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협 직원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세종증권 인수와 휴켐스 매각 과정에서 전직 농협 회장과 전 정권 실세들 간의 검은 거래가 속속 드러나면서 농협이 '비리 조직'의 대명사처럼 비쳐지고 있어서다.
직원들은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거나 "부끄러워 회사 배지를 떼고 다닌다"며 참담해하고 있다. 실제 얼마 전 30년 넘게 농협에서 일한 뒤 퇴직한 인사는 "전 회장의 굴욕적인 행태에 실망했다"며 퇴임 공로패를 반납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전직 회장들의 잘못 때문에 조직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전임 회장들에게만 책임이 있던 게 아니었다.
최원병 현 농협 회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취임 1년 째가 된 그는 8일 정례조회에서 농협의 자부심이 떨어진 데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면서도 직원들을 쏘아붙였다.
바로 '인사 청탁'에 관해서였다. 최 회장은 "연말 인사 시기가 다가오니 관계요로에 줄 닿는,힘 있는 직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인사 청탁 전화가 하도 많이 와 전화기를 꺼놓고 사무실에 나오기도 싫을 정도"라고까지 했다. 그런 뒤 최 회장은 농협인의 자화상을 '개인을 위해서는 열성적,조직을 위해서는 방관자'라고 요약했다. 그는 "서글프기 짝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최 회장이 이런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취임 초인 지난 2월 그는 정관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직원 107명에게 농협 역사상 처음으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공식 경고장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회장 임기를 마치고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달라"고까지 직원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농협의 인사 청탁 관행은 개선된 게 없었다. 오히려 최 회장이 청탁을 없애자고 호소하던 순간에도 인사를 대가로 돈이 오간 사건이 최근 드러났다.
결국 최 회장은 '소 귀에 경 읽기'를 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질책해도,매번 국민들이 진정한 개혁을 요구해도,언제나 똑같은 위치에 있는 농협의 현 주소를 보는 듯했다.
정인설 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직원들은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거나 "부끄러워 회사 배지를 떼고 다닌다"며 참담해하고 있다. 실제 얼마 전 30년 넘게 농협에서 일한 뒤 퇴직한 인사는 "전 회장의 굴욕적인 행태에 실망했다"며 퇴임 공로패를 반납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전직 회장들의 잘못 때문에 조직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전임 회장들에게만 책임이 있던 게 아니었다.
최원병 현 농협 회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취임 1년 째가 된 그는 8일 정례조회에서 농협의 자부심이 떨어진 데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면서도 직원들을 쏘아붙였다.
바로 '인사 청탁'에 관해서였다. 최 회장은 "연말 인사 시기가 다가오니 관계요로에 줄 닿는,힘 있는 직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인사 청탁 전화가 하도 많이 와 전화기를 꺼놓고 사무실에 나오기도 싫을 정도"라고까지 했다. 그런 뒤 최 회장은 농협인의 자화상을 '개인을 위해서는 열성적,조직을 위해서는 방관자'라고 요약했다. 그는 "서글프기 짝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최 회장이 이런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취임 초인 지난 2월 그는 정관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직원 107명에게 농협 역사상 처음으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공식 경고장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회장 임기를 마치고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달라"고까지 직원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농협의 인사 청탁 관행은 개선된 게 없었다. 오히려 최 회장이 청탁을 없애자고 호소하던 순간에도 인사를 대가로 돈이 오간 사건이 최근 드러났다.
결국 최 회장은 '소 귀에 경 읽기'를 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질책해도,매번 국민들이 진정한 개혁을 요구해도,언제나 똑같은 위치에 있는 농협의 현 주소를 보는 듯했다.
정인설 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