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씨의 신작 소설집 <이런 젠장맞을 일이>(김&정)에 수록된 작품은 두 편.외도를 저지른 사람들이 배우자의 죽음을 맞은 후에야 후회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편 <이런 젠장맞을 일이>에서 3년 전 상처하고 홀아비가 된 '그 남자'는 남 눈의 티끌은 알아도 제 눈의 들보는 모르는 인물이다. 일례로 왜 아내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하는 이웃집 남편을 보면서 그 남자는 '사실 당신 아내는 당신의 외도 사실을 알아채고 있었는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남자 또한 아내가 죽기 전에 바람을 피웠다. 결국 그 남자는 죽은 아내도,어머니도,이웃들도 자신의 외도를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서야 그 남자는 아내가 죽기 전 아픈 몸을 이끌고 밤에 손빨래를 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기 때문이다.

단편 <아욱된장국 끓이기>는 아내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 집안의 반대를 이기고 결혼에 성공한 고위 공무원 남편과 교수 아내에게는 입양한 딸 지우가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가 딸에게 고액 과외를 시켰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아내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지우를 입양했다고 인터뷰한다. 그런데 사실 지우는 입양한 딸이 아니라 집안의 반대로 남편과 헤어져 있는 사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낳은 딸이다. 남편이 죽은 뒤에야 아내는 딸에게 진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남편은 죽기 전 아내에게 편지를 남기며 아내의 불륜을 용서한다.

문학평론가인 장영우 동국대 교수는 "이들이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삶이 왜곡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점이 하필이면 남편 또는 아내의 죽음 후라는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라면서 "이씨의 소설은 부부 또는 가족 사이에서 염치와 자존심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할 불필요한 관념일 뿐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은밀히 다그친다"고 평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