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증권 등급 산정때
수익 눈멀어 고의로 위험 축소


"신용분석 능력이 떨어졌나,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영혼을 판 것일까. "

주택 가격이 최고조로 치닫던 2005년 무디스투자서비스의 조사분석가들이 회의실로 소집됐다. 최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컨트리와이드가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증권의 신용등급이 너무 낮다고 불평한 직후였다. 다음 날 무디스는 이렇다 할 요인이 없는데도 관련 증권의 신용등급을 높였다. 이후에도 무디스는 컨트리와이드의 불평이 있을 때마다 신용등급을 올려줬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무디스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의 신용등급 산정 과정 등을 7일 집중 보도했다.

NYT는 무디스에 근무했던 일부 임원들의 말을 인용,최고경영진이 10여년 전부터 수익 중심으로 경영을 하면서 문제가 터졌다고 전했다. 특히 2000년 무디스가 기업공개를 한 뒤,수익 위주 경영을 하면서 복잡한 모기지 증권 심사영업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높은 등급을 받은 증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이는 결국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롬 폰스 무디스 신용담당 이사는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임직원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고 토로했다.

무디스는 2000~2007년 연 평균 영업이익률이 53%에 달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으로 떼돈을 벌었기에 가능했다. 2003년 구조화증권 등급 산정으로 4억7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005,2006년 모기지 관련 등급 산정 매출 비중이 50%를 육박했다. 상품이 복잡해질수록 투자가들은 무디스의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했다가 결국 낭패를 봤고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1996년 무디스를 떠난 토머스 맥과이어 전 기업개발 담당 이사는 "애초 무디스는 금융시장의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경비견(watchdog)' 역할에 충실했다"며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무디스는 재갈이 물리고 거세된 채 '애완견(lapdog)'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