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더 나빠질듯… 車 '빅3' 경영진 부실 책임져야


"차기 정부가 어떤 월가 규제 세트(set)를 내놓을지 두고봐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월가에 대한 서슬 퍼런 규제를 예고했다. 그는 7일 NBC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인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해 "경제 회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차기 정부가 내놓는 강력한 새 금융권 규제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 규제에 따라 은행,신용평가사,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 등이 보다 책임 있게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인의 규제 관련 발언은 지난달 4일 당선 소감을 통해 "100년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가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고통을 겪는 동안 월스트리트가 번창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월가 개혁을 시사한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강력한 월가 규제세트 내놓겠다"
미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실업률과 금융시스템의 취약성 등을 감안할 때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단기 경기부양이 최우선이고 재정적자 걱정은 후순위"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 정부가 주택 소유자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결단력 있게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며 압류 등 주택 문제 해결도 우선순위에 있음을 내비쳤다.

오바마는 이어 "'빅3' 자동차업체의 경영진이 경영 과정에서 반복적이고 전략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고,과감한 선택을 취하지 않으며,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않겠다면 그때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미 자동차산업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노사,주주,투자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완전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CBS방송에 나와 "자동차업체에 구제금융이 이뤄질 경우 제너럴모터스(GM)의 회생을 위해 릭 왜고너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경영자가 GM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크라이슬러의 독자 생존은 어렵다며 (GM과) 합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와 의회는 GM과 크라이슬러에 단기유동성 150억달러를 지원하는 데 잠정 합의했으며,이번 주 상ㆍ하원에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원 방안 협상이 수일 내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최종 변수로 남아 있다.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노벨상 수상차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빅3'가 장기적으로 사라질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때는 단기 지원을 통해 파장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포드가 GM을 제치고 조만간 선두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분석했다. 포드는 GM과 크라이슬러에 비해 자금 사정이 좋은 편이다. 또 경쟁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가 위기에 몰리면서 미국 내 시장점유율도 11월 16.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미 CNW 마케팅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 GM 차량을 사려고 했던 바이어의 32%가 GM의 파산을 우려해 포드로 구매선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