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지속 … 외환손실만 14조 넘어
유탄 맞은 은행도 충당금 부담 커질듯

12월 말 결산을 해야 하는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환율 공포'에 떨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금처럼 달러당 1400~1500원을 기록할 경우 상장 및 코스닥 기업의 외화손실(평가손 기준)이 14조원을 넘게 돼 제대로 결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외화부채가 많은 상장기업의 평가손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고심하고 있다.

8일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올해 말 원ㆍ달러 환율을 1500원으로 가정하고 12월 결산 1676개 상장 및 코스닥 기업의 외화 환산 손실을 추정한 결과 14조34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말의 손실 11조54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많은 규모다. 특히 내수에 주력하는 기업이나 평가익을 낸 기업을 제외하고 손실을 기록한 644개 회사만 따질 경우 이들의 외화 환산손실은 연말에 16조1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신평정보는 "3분기 결산 때 적용 환율이 1207원인 반면 최근 환율은 1500원 근처까지 치솟아 연말 결산 때 외화부채가 많은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 거래 업체들의 경우 환율 공포를 지나 '패닉' 상태에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 계약을 맺은 487개 기업의 손실(실현손+평가손)은 지난 8월 말 1조6943억원에서 10월 말에는 3조1875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엔 환율이 더 뛰는 바람에 손실이 4조5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증권업계는 태산LCD의 경우 현재 환율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키코 관련 손실이 1조원에 이를 것이며,그 여파로 키코 거래규모가 큰 하나은행은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은 환율 급등으로 인해 거래 기업의 여신 건전성 등급을 낮추고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만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 상황은 정상이더라도 순이익이 적자로 반전하고 원화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면 등급을 낮춰야 한다"며 "이 경우 은행도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계 전문가는 "기업의 평가손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연말 환율을 일시적으로 대폭 떨어뜨리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금감원이 회계 기준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 상장사들이 회계법인과 다양한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백광엽/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