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에서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는 K소장은 "못해도 하루 두세 대는 팔아야 하는 데 이틀 걸러 한 대 팔기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세금인하 예고로 영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지만 회사에선 연일 판매를 독촉하고 있어 하루하루 숨이 막힌다"며 "밤 늦게 어렵사리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에 가위 눌린 채 깨어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전국의 자동차 영업점이 개점 휴업 상태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난 4일 이후 일손을 놓고 있다.

불경기에 할부금융마저 막히면서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데,세금 인하가 추진된 후 신규 상담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앞서 계약을 맺은 소비자들도 "세금이 내린 뒤 다시 주문하겠다"며 계약을 파기하기 일쑤다.


수입차 사정도 다를 바 없다. 일본계 수입차 회사에서 일하는 J씨는 "개인 고객들이 한결같이 소비세 인하가 확정된 후 차를 사겠다고 아예 지갑을 닫아버렸다"고 답답해했다.

출고가격 기준으로 배기량 2000㏄ 이상은 출고가의 10%,2000cc 이하는 5%로 돼 있는 개별소비세가 낮아지면 차값은 50만~200만원가량 싸진다. 새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구매를 미루고 자동차 판매는 세금 인하가 확정될 때까지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업계에선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세 인하 얘기가 나왔을 때 바로 시행하면 판매 촉진에 효과적이겠지만 말만 무성하면 도리어 재고만 쌓이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는데,정확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지난달부터 소비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세율 인하에 시간이 걸리면 안하니만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판매왕을 지낸 한 세일즈맨은 "세율 인하 폭은 둘째 치고,정부의 긴급 처방이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려면 자동차 업계에 소비세 인하의 역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이뤄지는 적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세금을 내려 내수를 살리겠다면 곧바로 시행했어야지,'군불 때는 식'의 예고만 흘러나오는 바람에 엉뚱한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김미희 산업부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