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불황 극복"


중국공장 대규모 투자계획에 '무모한 모험' 이라 말렸지만 지금은 핵심공장으로 성장

"앞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익성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인 비에이치(대표 김재창)는 요즘 신규 사업 확대 등으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 중심에 김재창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3분기부터 주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연성회로기판(FPCB) 생산라인을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얼마 전 가동에 들어간 중국 공장 상황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계열사로 편입한 우즈베키스탄 자원개발 회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때문에 김 대표는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

비에이치는 3분기까지 매출액 50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512억원)에 육박할 만큼 올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FPCB 시장에 뛰어든 것은 저부가가치 PCB에만 매달려서는 저가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제품과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산둥성 하이양시에 세워진 공장은 회사 성장의 또 다른 엔진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공장 투자계획을 세우자 주변에서는 "무모한 모험"이라며 걱정했지만 현재 중국 공장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일본 업체로부터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김 대표는 "안정된 납기와 고품질,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공장의 제품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내년에는 중국 공장이 국내 공장의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 우즈베키스탄 계열사 에이유투론(Au-Turon)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100% 자회사인 'BH R&C Central Asia LLC'가 지분 50%를 인수해 최근 계열사로 편입한 에이유투론이 금ㆍ규소 등 비철금속의 채굴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에이유투론이 채굴권을 가지고 있는 금광은 1990년대 이후 활발하게 금이 채굴되던 곳이었으나 정치 불안 등의 문제로 문이 닫혔있었지만 언제든지 다시 채굴할 수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유투론은 광산에서 금광석을 채굴하면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내년부터 광산 개발에 착수하면 비에이치는 곧바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국내 주력 사업이 매달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수익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비에이치는 에이유투론이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현재의 주성장동력인 FPCB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회사 경쟁력 개선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국내 경쟁사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업체와는 뛰어난 품질과 납기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FPCB에 이어 중국공장 투자,우즈베키스탄 자원개발 업체 투자에 이르기까지 김 대표의 2009년도 행보가 주목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