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변동성이 축소되며 지수 1000선을 지키더니 8일에는 단숨에 1100선도 탈환했다. 9일 오전 단기급등 부담과 프로그램 매물로 일부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10월, 11월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면서 산타랠리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침체를 확인시키는 지표 악화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드러난 악재에 대처하는 투자심리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미국의 신뉴딜정책이나 중국 부양책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미 자동차 빅3구제안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등의 정책기대감도 높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 11월 실업률은 6.7%로 1993년 10월 이후 최고수준을 나타낸 데다 11월 비농업부문 종업원수 변동은 전월대비 53만명 이상 감소했지만 미 증시는 급반등세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임정현 부국증권 책임연구원은 "최악의 고용지표에 대한 긍정적인 역해석이 보다 큰 반등력으로 작용했다"며 "비농업부문 종업원수 감소폭이 1차 오일쇼크 때만큼이나 최대로 악화됐다는 점이 오히려 경기바닥권 접근에 대한 기대를 낳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범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정책당국들의 다각적인 부양책은 현실화된 경기침체만큼이나 새삼스럽지 않은 주제이지만 오히려 향후 증시에 기대감은 확대될 수 있겠다"며 "전일 아시아증시 급등은 경기지표상의 악재를 소화해 내는 투자자들의 태도와 심리변화일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악재가 깊어질수록 이에 대응하는 정책도 강력해지고 있다. 또 이를 기대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전망을 발표를 미뤘는데 내년 경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며 "오는 목요일에 있을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폭도 다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3%대라면 50bp인하로 인하해도 되겠지만 만일 2%대의 성장률이 전망된다면 50bp로는 시장에서 성이 차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 75bp는 내려야 시장에서 일정수준 화답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적 재료가 긍정적 재료를 부각시키는 아이러니한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호재에 반응하는 모습은 유동성 장세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호재에 반응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심리 개선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살만한 돈이 마련된다는 것"이라며 "미국시장의 유동성 장세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판단되며 신용경색이 완화될 경우 유동성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을 지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악재가 호재를 부르면서 베어마켓 랠리 모양새는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상승세가 이어질수록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을 지고 가게 되며 수급공백에 따른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랠리를 즐기되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는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