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화 첫 전시 김종학씨 "여체는 순수한 감동의 샘,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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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작품에 등장하는 누드모델은 주로 20~30대 술집 여종업원입니다. 여체의 은밀한 부분을 확 드러내지 않고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은은하게 묘사하기에 부담이 없더군요. 하루 모델료로 50만~100만원 정도 지불하는데 전문 모델료보다 높은 편이지요. 여러 가지 순진한 감정을 표현하는 포즈를 취한다는 장점이 있구요. "
1979년부터 설악산 품에 안겨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원로 작가 김종학씨(71)가 누드화를 서울 전시장으로 들고 왔다. 신사동 예화랑에서 12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펼쳐지는 그의 개인전에는 누드화 대작 3점이 걸린다. 화업 반세기 동안 '김종학표' 꽃 그림으로 많은 애호가층을 형성해 온 그가 누드 작품을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그는 "사실 자연의 모든 대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 여체인 것 같아 누드화를 그리게 됐다"며 "2003년부터 하루 3~4시간씩 신들린 듯 여체의 아름다움을 그려왔다"고 말했다.
"1950년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누드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그때는 단순히 색채의 묘미를 살리기보다 형체의 진미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화의 영역으로만 생각했어요. 나이가 드니까 자연의 본질을 묘사하는 데는 여자의 아름다움만큼 감동을 주는 것은 없더군요. "
그의 누드화는 설악산 골짜기에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을 배경으로 여체의 미학을 한껏 살려낸 작품이다. 잠재된 성적 미감을 화려한 색채화 기법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여인의 자태에서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자연의 이면에 가려진 에로티시즘은 꿈과 욕망,상상이 빚어낸 또 하나의 변주곡이지요. 몸의 드러내기와 감추기는 욕망의 드러내기와 감추기 게임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을 열어 젖혀야 할 무대의 커튼'과 같은 것 말입니다. "
그는 화가와 여자는 결국 통한다고 역설한다. "피카소가 자연은 남자이고,화가는 여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작가는 자연을 잉태하는 맛에 사는 자들이지요. 자연과 화가가 하나되는 사실을 누드 작품으로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
그는 "누드화를 성적인 에로티시즘의 단계를 넘어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자연에서 에너지를 찾는다"며 "요즘 여성들이 '몸짱'을 추구하는 것도 알고보면 자신(자연)의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원초적인 자아찾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여성 누드화뿐만 아니라 설악산의 사계 풍경,안경 낀 시절의 자화상,이중섭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그린 '소' 등 모두 50여점이 걸린다. (02)542-554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979년부터 설악산 품에 안겨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원로 작가 김종학씨(71)가 누드화를 서울 전시장으로 들고 왔다. 신사동 예화랑에서 12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펼쳐지는 그의 개인전에는 누드화 대작 3점이 걸린다. 화업 반세기 동안 '김종학표' 꽃 그림으로 많은 애호가층을 형성해 온 그가 누드 작품을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그는 "사실 자연의 모든 대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 여체인 것 같아 누드화를 그리게 됐다"며 "2003년부터 하루 3~4시간씩 신들린 듯 여체의 아름다움을 그려왔다"고 말했다.
"1950년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누드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그때는 단순히 색채의 묘미를 살리기보다 형체의 진미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화의 영역으로만 생각했어요. 나이가 드니까 자연의 본질을 묘사하는 데는 여자의 아름다움만큼 감동을 주는 것은 없더군요. "
그의 누드화는 설악산 골짜기에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을 배경으로 여체의 미학을 한껏 살려낸 작품이다. 잠재된 성적 미감을 화려한 색채화 기법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여인의 자태에서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자연의 이면에 가려진 에로티시즘은 꿈과 욕망,상상이 빚어낸 또 하나의 변주곡이지요. 몸의 드러내기와 감추기는 욕망의 드러내기와 감추기 게임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을 열어 젖혀야 할 무대의 커튼'과 같은 것 말입니다. "
그는 화가와 여자는 결국 통한다고 역설한다. "피카소가 자연은 남자이고,화가는 여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작가는 자연을 잉태하는 맛에 사는 자들이지요. 자연과 화가가 하나되는 사실을 누드 작품으로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
그는 "누드화를 성적인 에로티시즘의 단계를 넘어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자연에서 에너지를 찾는다"며 "요즘 여성들이 '몸짱'을 추구하는 것도 알고보면 자신(자연)의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원초적인 자아찾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여성 누드화뿐만 아니라 설악산의 사계 풍경,안경 낀 시절의 자화상,이중섭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그린 '소' 등 모두 50여점이 걸린다. (02)542-554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