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타계한 피터 드러커는 명실공히 경영학의 구루(guru)라고 불리는 학자이다. 이 때 구루란 특별한 사람 또는 존경 받는 인물이라는 뜻으로,특히 그 사람의 아이디어나 사상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정신적 지도자의 위상을 확보한 인물을 의미한다. 이미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찾는 마당에 갑자기 왠 구루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자(賢者)들은 위기일수록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기본을 충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1954년 출간된 드러커의 대표작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는 위기의 시대에 다시 한번 책의 내용을 곱씹을 만한 경영학의 고전이다.
이 책에서 드러커는 경영자들에게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드러커에 의하면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고 기업의 목적은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때문에 오직 고객만이 기업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드러커에게 고객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본질과 직결되는 핵심 개념인 것이다.
또한 경영자들도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컨대 IBM은 PC 사업에서는 비록 실패했지만,고객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solution) 사업으로 컴퓨터 사업을 다시 정의해 재기에 성공했다. 도요타는 2류 자동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렉서스(Lexus)라는 새로운 브랜드와 딜러망 구축을 통해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들 모두 드러커의 충고를 잘 따른 위기극복 사례들이다.
이처럼 기업이 창출하는 모든 가치의 원천은 고객이다. 드러커는 기업이 좌절하고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업의 목적과 내용에 대해 경영자들이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경영자들에게는 필수적인 능력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되고 변화가 심각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당연시했던 사업의 정의는 마땅히 재검토돼야 한다. 대신 고객이 누구인지,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조언을 들을 수 없는 드러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동현 교수(카톨릭대학교 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