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G8국가로는 처음

러시아가 G8(주요 8개국) 국가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또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려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1999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낮춘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오일 수출국인 러시아 정부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으며,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루블화 가치도 급락하는 등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S&P는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지난 8월 5830억달러에서 11월 말 4550억달러로 3개월 만에 무려 1280억달러가 증발됐으며,같은 기간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6%가량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배럴당 최고 147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최근 40달러 선으로 추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자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12%에서 13%로 1%포인트 올렸지만 자본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FT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11월 한 달 새 빠져나간 외자 규모만 143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러시아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금융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자산 규모 5위의 모스크바은행은 이날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에 1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10%의 인원 감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은행은 모스크바시 정부가 주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