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지급준비율 인하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지급준비율은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은행들이 예금의 일정 부분을 한은에 맡겨두는 지급준비금의 적립 비율로 현재 평균 3.8%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자금 경색을 풀기 위한 대책과 관련,"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지급준비율은 과거 물가가 오르고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의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은이 최근 지급준비금에 대해 5000억원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보다는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중은행이 자금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만으로는 시중 유동성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은행의 입장과 같다.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는 매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한번만 지급되는 일시적 조치라며 여전히 지급준비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은은 지급준비율 인하에 부정적이다. 현재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업들의 부실 우려로 대출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란 게 한은의 판단이다. 국내외 경제가 동반 침체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에 소극적이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급준비금과 별개로 한은에 맡기는 여유자금이 15조원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급준비율을 낮춰봐야 은행들의 여유자금이 또다시 한은에 되돌아올 뿐 기업들에 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또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은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은행들의 대출 여력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반면 지급준비율 인하는 BIS 비율 상승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지급준비율 인하가 은행들의 대출 확대로 직결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지급준비율 인하가 효과적이지만 지금은 은행에 돈이 있어도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급준비율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지금은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가려내는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유창재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