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펀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서 펀드 규모가 1990년 초 수준으로 되밀렸다.

환매가 지속돼 채권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하반기(6~11월)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채권형 펀드 10조8000여억원을 비롯해 모두 18조7000여억원이나 된다.

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채권형펀드의 설정잔액은 29조8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펀드의 설정 잔액이 3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채권형펀드의 설정잔액이 200조원(2월 202조원)을 넘은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채권형펀드 규모는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펀드에서 채권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펀드시장 초창기였던 1980년대 90%를 넘나들던 채권형펀드의 비중은 2006년 12월 21%대로 줄어들었다가 이달엔 8% 선으로 떨어져 10%에도 못 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 열풍으로 주식형펀드에 돈이 몰린 데다 부동산펀드나 파생상품펀드가 생겨나면서 채권형 비중이 줄어든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채권형펀드를 통한 채권 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채권형펀드의 고전은 채권형의 낮은 수익률과 불안한 채권시장 탓이란 분석이다. 증시가 활황세였던 2006년과 2007년엔 기대수익률이 연 5% 수준에 그쳤던 채권형펀드가 외면받았고,증시가 급락한 올 들어선 채권시장도 같이 무너지며 안정적 투자처 자리를 내줬다는 것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