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강세장은 황소(bull)로 약세장은 곰(bear)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소와 곰은 물론 돼지 양 등 다양한 동물이 주식 투자자들의 유형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또 황소와 곰에 대한 여러 가지 기원들이 제기돼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증권업협회가 창립 55주년을 맞아 발간한 '이야기로 보는 한국 자본시장'에 따르면 '황소'는 반등에 돈을 걸고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챙기는 매수자를 말한다. 반면 '곰'은 하락에 돈을 걸고 가격 하락으로 이익을 챙기는 매도자를 지칭한다. '양'은 정보력 자금력 분석력이 뒤떨어져 힘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를 대변하고,돼지는 그저 눈앞의 먹이(이익)에만 몰두하며 앞뒤 안 가리는 탐욕스런 투자자를 일컫는다.

미국 정신과의사 출신의 투자자 알렉산더 엘더는 '심리투자법칙(Trading for a living)'이란 저서에서 "주식시장이 열릴 때마다 황소는 매수해서 돈을 벌고,곰은 매도해서 돈을 벌지만 돼지와 양은 황소와 곰의 발밑에서 짓밟힘을 당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돼지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수·매도하는데 따라 결과적으로는 작은 반전으로도 파산하고 양은 추세에 수동적이고 두려움이 많아 시장이 불안해질 때면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낸다"고 설명했다.

황소가 강세장을,곰이 약세장을 의미하게 된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미국에 황소와 곰이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전통스포츠에서 유례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공격할 때 황소는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으며 공격해서 상대를 제압해 마치 주가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강세장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반대로 곰은 공격할 때 자신의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 주가가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약세장과 닮아 이런 의미가 붙었다는 얘기다.

18세기 초에 보스턴의 한 가죽시장에서 상인들은 싼값에 곰 가죽을 사서 미리 거래를 해둔 고객들에게 비싼 값에 넘기고는 짭짤한 이득을 챙긴 데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상인들이 공매도(short selling)를 한 셈인데 일반인들이 곰 가죽의 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에서 연상,약세장을 곰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에도 강세장을 상징하는 황소 동상이 증권업협회와 대신증권 사옥 앞(사진)에 있다. 대신증권은 1994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한우를 모델로 조각가인 김행신 전 전남대 교수에 의뢰해 황소상을 특별제작했다.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은 "내년 소띠 해를 맞아 증시가 강세장으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를 담아 황소 동상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옮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