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진학지도 혼선 빚을듯
입시학원 성적 사전 유출 혼란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이 자연계 학생들이 많이 보는 수리 '가형'보다 난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학탐구보다는 사회탐구에서 과목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인문계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9일 사교육업체인 비상에듀를 통해 공개된 '2009학년도 수능성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어영역이 140점,수리 가형 154점,수리 나형 158점,외국어가 136점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 영역의 원점수를 기준으로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이 평균에 비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을수록 난이도가 높았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달 수능 이후 수리 가형이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였지만,실제 채점 결과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 높아 가형보다 난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준으로 할 때 언어영역은 작년보다 쉽게 출제됐다. 수리 가형과 나형은 매우 어렵게 나왔고 외국어영역은 조금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수리 영역이 올해 정시모집에서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의 표준점수는 인문계 17~29점,자연계가 22~23점 정도 높아지는 효과를 거둬 한 문제만 틀려도 당락이 엇갈릴 수 있는 등 변별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탐구영역에서도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사회탐구에서 과목별로 난이도 차이가 컸다. 경제 과목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83점인 반면 국사 과목은 69점에 그치는 등 최대 14점이나 차이가 났다. 반면 자연계가 주로 응시하는 과학탐구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 간 차이는 지구과학Ⅱ및 지구과학Ⅰ이 73점,물리Ⅰ이 67점 등 6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과학탐구보다는 사회탐구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비상에듀는 이번 성적을 토대로 서울대 경영대와 사회과학계열 및 자유전공학부는 원점수 기준 565점(탐구영역 상위 3과목 기준),의예과는 561점 이상에서 커트라인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소재 대학은 인문계 470점,자연계가 455점 이상이어야 합격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수능 성적이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입시학원에 사전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교육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비상에듀가 이날 공개한 자료들은 10일 오전 10시 학생들에게 성적표를 배포할 때까지 외부유출이 금지된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는 비공개 자료로서 평가원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학교별로 배포된 영역과목별 등급구분 표준점수 및 도수분포 책자가 유출돼 학원을 통해 통계적 처리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