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마늘진액 등 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인 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57).경제 위기를 맞아 김 회장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바로 '직원 기 살리기'다. 본사인 부산과 서울사무소를 일주일에 2~3회씩 오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게 이 때문이다.
퇴근 무렵 전 사원에게 메신저로 '번개팅'을 날리는 게 그중 하나다. '저녁 안 먹은 사람 다 모여' 아니면 '영화 보자'는 평범한 내용이지만 아무리 적어도 30명은 모인다. 참석하면 많게는 10만원,적게는 3만~5만원 정도의 '회장님 선물'을 챙겨갈 수 있어서다.
"인생에 도움될 말 듣지,용돈 생기지,사원들이 너무 즐거워 합디다. "(김 회장)
그의 직원 챙기기는 일회성 이벤트가 결코 아니다. 대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복지제도가 이를 방증한다. 교육비가 무료다. 회사에서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 자녀 2명까지 모두 등록금을 대준다. 직원 본인도 박사과정까지 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더구나 첫아기를 낳으면 100만원,둘째는 300만원,셋째는 500만원과 함께 매월 30만원의 양육비를 24개월간 지급한다. 뿐만 아니라 매일 전문 마사지사를 초청해 내근 직원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간식도 하루 두 차례씩 제공한다. 최근에는 회사 내에 여직원 전용 황토찜질방까지 마련해줬다.
그의 직원 사랑은 외환위기 때 겪은 처절한 생존 투쟁에서 비롯됐다. 1984년 회사를 설립한 그는 달팽이진액 등 기능성 건강식품을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 1주일에 2억원씩 저축하는 등 부산에서 '현금 보유 100인'에 낄 정도였다. 하지만 찜질방,서바이벌게임,건설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망했다. 수백명의 직원들이 모두 그를 등졌다.
1998년 전 재산인 13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서울로 상경한 그는 소주 한 병과 500원짜리 소시지로 끼니를 때우며 '못 팔면 죽는다'는 각오로 비행기 기내에서도 전단지를 뿌리는 '억척' 끝에 쑥진액을 팔아 1년여 만에 20억원의 빚을 다 갚았다. "번 돈을 직원들한테 썼으면 사람은 남았을 텐데,오로지 사업을 위해 돈을 썼다는 자책감이 뼛속에 사무쳤다"는 게 김 회장의 회고다.
그가 최근 시간당 150만원을 받는 특급강사로 대접받는 것도 이런 경험이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근 두 달간 삼성화재 등 20여개 기업에 강의를 나갔다. 하지만 이 돈 역시 김 회장 지갑으로 들어가는 법은 거의 없다. 장기자랑,번개팅 등 이벤트를 짜내 어떤 식으로든 직원들에게 푸는 까닭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새너(산타)킴'이다.
김 회장은 송년회를 위해 현금 6000만원을 준비했다. 올해 사상 최대인 매출 600억원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1년간 매긴 평점 최고점자,이벤트 최다 참여자,최고 제안서 작성자 등을 뽑아 1000만원 2명,500만원 2명,300만원 2명,100만원 24명 등 골고루 나눠줄 참이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 진짜 어려워집니다. 6개월만 배수진을 치고 한우물을 파보세요 세상에 못할 게 정말 없습니다. 언론도 희망적인 얘기 좀 많이 써주세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