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디션'으로 주목받은 이승현씨 "음악 없이 살 수 없어 공대생이 성악 부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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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봄 명지대 음대 교수진은 전례없는 '사건'으로 회의를 소집했다. 같은 대학의 공대생 한 명이 복수 전공으로 성악과를 택했기 때문이다. 학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다들 당황했다. 우선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학생을 회의실로 불렀다. 머리를 회색으로 물들인 채 주뼛거리며 들어온 남학생은 피아니스트 홍은경 교수의 반주에 맞춰 '선구자'를 불렀고 그의 뛰어난 실력에 웅성거리던 분위기는 숙연하게 바뀌었다.
1년 6개월간의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오디션'의 주연 이승현씨(31)는 이렇게 음악을 시작했다. 이 공연에서 이씨는 실제 인물로 착각할 만큼의 진솔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10일 '오디션' 공연장인 서울 문화일보홀에서 만난 그는 "순탄한 삶을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명지대 산업공학과에 진학했지만 도저히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음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 뒤 명지대 음악대학원까지 진학한 이씨는 2004년 겨울 아카펠라 동아리에 있는 친구의 권유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다.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 나무꾼(2004년),뮤지컬 '밑바닥에서'(2005년)의 알코올 중독자 등 소소한 역할부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이 아니었기에 연습 과정도 고됐다.
"주변에서 보내는 불신의 눈초리가 너무 자존심 상해서 대사 한마디도 밤새워 연습했어요. 그러다 문득 가공의 캐릭터를 만들기보다는 나를 역할 안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 결과 이씨는 뮤지컬계에 '인상 강한 조연'으로 각인됐고 첫 주연작 '오디션'을 만났다. 제작자인 박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주인공 '병태'의 모습은 이씨의 캐릭터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다.
'오디션'은 젊은 남녀 6명으로 이뤄진 록밴드 복스팝이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초연 뒤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유료 관객 비율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오는 31일 공연을 끝으로 '오디션'을 떠난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한 역할만 맡아 배우로서 역량이 좁아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1년 6개월간의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오디션'의 주연 이승현씨(31)는 이렇게 음악을 시작했다. 이 공연에서 이씨는 실제 인물로 착각할 만큼의 진솔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10일 '오디션' 공연장인 서울 문화일보홀에서 만난 그는 "순탄한 삶을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명지대 산업공학과에 진학했지만 도저히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음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 뒤 명지대 음악대학원까지 진학한 이씨는 2004년 겨울 아카펠라 동아리에 있는 친구의 권유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다.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 나무꾼(2004년),뮤지컬 '밑바닥에서'(2005년)의 알코올 중독자 등 소소한 역할부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이 아니었기에 연습 과정도 고됐다.
"주변에서 보내는 불신의 눈초리가 너무 자존심 상해서 대사 한마디도 밤새워 연습했어요. 그러다 문득 가공의 캐릭터를 만들기보다는 나를 역할 안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 결과 이씨는 뮤지컬계에 '인상 강한 조연'으로 각인됐고 첫 주연작 '오디션'을 만났다. 제작자인 박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주인공 '병태'의 모습은 이씨의 캐릭터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다.
'오디션'은 젊은 남녀 6명으로 이뤄진 록밴드 복스팝이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초연 뒤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유료 관객 비율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오는 31일 공연을 끝으로 '오디션'을 떠난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한 역할만 맡아 배우로서 역량이 좁아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