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좀 닫아주세요. 정상반 친구들이 쳐다보잖아요. "

이덕정 서울 여의도중 교사(47)는 지난해 3월 처음 약시학급 담임을 맡았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개학식 날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불꺼진 컴컴한 교실에서 새 선생님을 향해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자신들을 '비정상반'이라고 부르는 약시학급 아이들은 '정상반' 아이들과 마주치기를 꺼렸다. 쉬는 시간에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간 다음 화장실에 다녀왔다. 점심시간에는 더듬더듬 반찬을 집는 게 부끄럽다며 학교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김밥을 싸와 먹었다.

"가장 먼저 약시학급 아이들에게 '정상반'이라는 말 대신 '다른 반' 친구들이라고 말하도록 가르쳤어요. 아이들과 공감할 방법을 찾다가 음악을 생각해냈고요. 음악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즐기고 잘 할 수 있으니까요. " 그는 아이들에게 요들송,카우 벨(여러 개의 음색을 내는 종을 번갈아 치는 음악),기타 등을 권했고 이 교사의 열정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이 교사가 장애 아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가산중에 근무하던 이 교사는 발달장애학생 11명으로 구성된 특수학급에 특기적성교육으로 요들송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한 번만 노래를 들려줘도 정확히 음을 찾아내는 재능에 놀란 그는 2년 후 여의도중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지난해 다시 약시학급 담임을 자원했다.

이 교사는 올해 교통사고로 왼쪽 눈이 보이지 않고 왼쪽 몸에 마비가 온 여학생 미소(15ㆍ가명)의 담임을 맡았다. "미소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태도에 늘 화가 나 있었고 반항심도 많았죠." 이 교사는 미소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하모니카를 선물했다. 마비로 쪼그라든 왼손을 펼 수 있도록 두 손으로 하모니카 잡는 연습을 시켰다. "처음 미소에게 요들송을 들려줬을 때,늘 무표정하던 아이가 미소를 보이더니 결국 마구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별명을 '요들 미소'라고 지어줬어요. "

그는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숨겨진 재주를 찾아 발전해나갈 때"라고 말한다. 그는 조만간 미소가 매일 아침 써온 시를 모아 녹음서와 책을 만들 예정이다. 연말에는 학교 음악회에서 약시학급 아이들과 함께 요들송을 부르며 무대에 서기로 약속했다. 그는 12일 대교문화재단(이사장 강영중)의 '제17회 눈높이교육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오전 10시 눈높이보라매홀 한마음센터에서 열린다.

글=이상은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