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내년 4월부터…외산 휴대폰 진입장벽 사라져
스마트폰 급증 추세…모바일 OS 경쟁 치열해질듯


새해 4월부터 휴대폰의 한국판 '윈도(windows)'로 불리는 무선인터넷 표준 '위피(WIPI)'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도 자유롭게 판매될 수 있게 된다. 위피는 '윈도'처럼 휴대폰에서 게임,벨소리 등을 구동시키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로 국내업체들이 독자 개발한 표준이다. 이에따라 위피 적용을 꺼려 국내에 진출하지 않았던 노키아 애플 등의 해외 휴대폰 제조사들이 대거 진입할 수 있게 됐고 휴대폰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운용체계(OS) 시장도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 전망이다.

4월부터 플랫폼 자유화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제42차 회의를 열고 위피를 모든 휴대폰에 의무적으로 넣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을 개정키로 의결했다. 새해 4월1일부터 이동통신사들이 자율적으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정부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및 국산 소프트웨어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5년 4월부터 위피 탑재를 법으로 의무화했지만 4년만에 관련 육성정책을 포기한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휴대폰의 범용 OS가 대중화되는 추세에 맞춰 위피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산 휴대폰 몰려온다

위피 의무 탑재 규정이 폐지되면서 외산 휴대폰들이 국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들어올 전망이다. 그간 국내 시장에는 미국 모토로라,대만 HTC 등 일부 외산폰만 판매될 뿐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노키아,소니에릭슨,애플 등의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산 제조사들이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자사 고유의 휴대폰 운용체계를 바꾸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F 등은 이미 올초부터 '아이폰'을 만든 애플을 비롯해,노키아,소니에릭슨 등과 협상을 진행,새해 4월 이후 외산폰이 연이어 출시될 전망이다. KTF 관계자는 "외산 휴대폰 도입 협상에서 난제로 작용하던 위피 문제가 해결돼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S 시장 무한 경쟁 시대

위피라는 빗장이 사라지면서 국내 휴대폰 운용체계 시장이 무한 경쟁 구도로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는 휴대폰에 외산 운용체계를 쓰려고 해도 반드시 위피와 함께 넣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심비안(노키아),윈도모바일(마이크로소프트),OS X(애플),리눅스,구글(안드로이드) 같은 외산 운용체계를 단독으로 쓸 수 있게 된 것.국내 이통사들도 위피 의무화 폐지를 계기로 스마트폰에 다양한 외산 운용체계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이에 맞춰 퀄컴은 10일 자사 운용체계 신제품인 '브루 모바일플랫폼(BMP)' 발표회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퀄컴이 국내 시장 99%를 장악한 통신 칩세트와 소프트웨어를 연동시킨 제품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범용 운용체계를 탑재해 PC처럼 휴대폰에서 문서 작성,이메일 송·수신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했지만 유럽에서는 2010년께 판매 비중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윈도로 PC 운용체계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휴대폰 운용체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통신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 용어풀이 ] 위피

PC 운용체계(OS)인 '윈도'처럼 휴대폰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세서나 메모리 같은 하드웨어를 어떻게 할당받아 사용할 지 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2000년초 음성전화만 사용하던 휴대폰에서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구동하면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사별로 서로 다른 규격을 사용하다 보니 콘텐츠 호환이 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표준으로 만들어진 게 위피다. 지금까지 보급한 위피 휴대폰은 30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