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원화가치 저평가"

한때 1500원을 넘나들던 원ㆍ달러 환율이 10일 1393원80전으로 급락함에 따라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들어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가 내년에 큰 폭으로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빼가던 외국인들이 최근 매수세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이날 '외환보고서'를 통해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경상수지 개선 전망으로 원화 매도세가 종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원화가치는 구매력평가환율(통화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고려한 환율) 기준으로 보면 균형수준보다 40% 저평가돼 있고 물가와 교역국의 가중치를 적용한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는 과거 13년 평균치보다 27.8% 저평가돼 있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이 한국의 내년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4일 한국의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168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고 한국경제연구원도 당초 58억달러 적자를 낼 것이라던 전망을 160억달러 흑자로 바꿨다.

임지원 JP모간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이 환율을 전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변수가 경상수지"라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면 환율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순매수하는 점도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40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4000억원가량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도→환전 수요 증가→환율 급등의 시나리오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가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빅3 구제와 각종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안정세를 찾고 있는 데다 한ㆍ미 통화스와프에 이어 한ㆍ일 및 한ㆍ중 통화스와프 확대가 임박한 점도 환율에는 호재로 꼽힌다. 특히 1400원대가 넘는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상장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으로 제대로 결산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돼 정부도 적절한 방법을 동원,환율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경기침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한ㆍ미 통화스와프 직후에도 환율이 잠시 급락했다가 다시 튀어오른 적이 있는 만큼 아직 추세전환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