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제프리지수 6년만에 최저치로
세계銀 "붐 끝났다" … 조만간 반등시각도

지난 여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4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5년간의 원자재 대세상승기(슈퍼사이클)가 끝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은행은 9일 발표한 2009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03년 초~2008년 중반의 원자재 붐은 끝났다"고 결론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0일 "업계와 월가에선 현재의 원자재값 급락이 일시적인 조정일 뿐이라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원자재 붐이 끝났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붐 끝났다' vs '일시 조정 중'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유를 포함해 19개 주요 원자재 종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CRB지수는 지난 10월 사상 최대 월간 하락폭(-22%)을 기록했으며,9일 현재 215.65로 6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원유(전 고점 대비 -71%)는 물론 알루미늄(-54%),구리(-62%) 등 비철금속과 옥수수(-58%),밀(-63%) 등 대부분의 품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 등은 원자재의 슈퍼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와 성장률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지난 5년간의 강세가 재현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나중에 수요가 늘어도 수요 감소기에 생산을 중단했던 시설부터 활용하면 되는 까닭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설비투자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주장한다. 세계은행은 향후 5년간 유가가 평균 7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곡물 가격은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1990년대보다 25%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업계는 원자재 붐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자원민족주의 대두 등 지난 5년간의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이끌었던 주요 요인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용경색으로 인한 원유 생산시설 투자 감소로 수요가 회복되면 또다시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에너지업체들 사이에선 이 같은 전망에서 원유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인 가즈프롬의 알렉산더 메드베데프 전무는 "원유값은 머지않아 100달러 선으로 오를 것"이라며 "싼 연료의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대 마감하나
◆1~2년은 약세 불가피

하지만 원자재 강세론자와 약세론자 모두 향후 1~2년간 원자재값이 대체로 정체될 것이란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서다. 무엇보다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의 수요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세계 원유 수요가 올해 하루 평균 5만배럴 감소하고,내년에는 추가로 4만5000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수요가 2년 연속 감소하는 것은 30년 만이다. 미 에너지부가 전망한 내년도 평균 유가는 배럴당 51달러 선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카말 나크비 원자재 담당 이사는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원자재를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보고 있지만 개인이나 헤지펀드들의 시각은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6개월간 원자재 투자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17일 알제리 오란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대폭적인 감산을 결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석유 갑부이자 상품시장 투자자로 유명한 티 분 피켄스 BP캐피털 회장은 "OPEC이 하루 200만~250만배럴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