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등 임원 줄이고 조직 통폐합 '칼바람'

그동안 덩치 키우기에 바빴던 은행들이 잇달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불황으로 급속히 전이됨에 따라 은행들은 살아남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판단해 조직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불필요한 점포 통폐합

우리은행은 카드사업본부 내 5개 부서를 4개로 축소하고 부행장급인 IB본부장을 단장급으로 격하시켜 부행장 수를 종전 12명에서 1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영업본부장에 대한 겸직 발령을 통해 현재 45명인 본부장 수를 41명으로 줄이고 부행장 11명도 상당폭 교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또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동화기기 240여대를 연말까지 없애고 종금 영업점 2개 등 중복 점포 30여개도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1700여명인 본점 인원 중 300여명을 일선 영업점에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다음 달 중 영업권이 중복되는 점포 60여개를 인근 점포로 통합하거나 폐쇄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100여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함께 본점 직원의 30%가량을 일선 영업점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원조직인 본점을 슬림화하는 것이다.

농협 역시 다음 달 중 중앙회 본부와 시도지부 직원의 20%를 영업점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본점 조직의 30%가량을 줄였다.

조직 쇄신을 위해 임원 전원이 사표를 쓴 농협과 내달 중 인사를 실시할 하나은행은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신상훈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신한은행도 물갈이 임원 인사를 실시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각 지점과 본부별로 영업실적을 평가한 뒤 내년 초 조직 개편 방안과 임직원 인사폭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규모 희망퇴직 바람

경비 절감을 위해 일반 직원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계 은행에서 시작된 희망퇴직은 국내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국민은행은 연내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농협은 연내 최소 3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자연 퇴직을 통해 내년 인원을 올해와 같은 1만4900명 수준으로 동결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인건비 외에 다른 경비도 줄여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최소 1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경비를 작년보다 10% 줄인 데 이어 내년 경비도 올해 대비 10% 덜 쓸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내년 경비를 올해보다 30%가량 축소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