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中企 상생 컨퍼런스
삼성 "상생은 파이 키우는 것"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일 기업이 아니라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기업생태계 간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쐐기돌'과 '주춧돌'이 돼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

'기업생태계 경쟁력과 상생협력'을 주제로 10일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상생협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식경제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 주최로 서울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보고 기업생태계 전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기업생태계는 상품 설계와 제조,판매 등 기업경영의 각 부문에서 협력하는 다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뜻한다.

기업생태계 경쟁시대

기조연설을 맡은 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는 대기업들이 기업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생태계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속한 기업 네트워크를 자신과 생사를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토식 경영'의 저자인 스에마쓰 지히로 교토대 교수는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일본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교토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이 경이로운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열린 상생협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교토의 기업들은 기업생태계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이익이 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며 "이런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은 '스타 협력업체'들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지를 받아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상생은 파이를 키우는 것"

한국 측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진정한 상생은 일정한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며 "미래기술 공동 개발과 신사업 발굴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삼성전자의 상생협력 방향을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협력사 상생 △녹색경영 △정도경영 △사회공헌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상생경영을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생협력 대표 모델로 삼성전자 LCD(액정디스플레이) TV를 꼽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3년 연속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흥정밀 등 7개 사출 협력사와 제일정공등 3개 금형 협력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금형 개발과 사출장비 구입을 위해 9개 협력사에 730억원을 무상지원하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협력사에 총 6400억원을 지원했다"며 "내년부터는 협력사 경쟁력을 위한 기술 개발과 공정 개선,경영컨설팅 등에 자금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쐐기돌' 中企는 '주춧돌'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쐐기돌'과 '주춧돌'이 돼 해외시장 개척으로 발전하면 경제위기 극복의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는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상생협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2003년 7.4%에서 지난해 3.0%로 낮아진 것도 상생협력의 성과"라고 말했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기업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고 개별 기업생태계의 규모도 크다"며 "한국도 기업생태계의 규모를 키우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