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그간의 매도 일변도에서 매수 자세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연일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이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도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53원이 폭락하며 1393.8원대로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환율 레벨은 지난 13일 1391.5원 이후 4주만에 최저치다. 또 이같은 낙폭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난 10월30일(177원)이후 40여일만이다.

이날 환율 급락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한 몫 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만 국내 증시에서 347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기록하며 사흘 연속 '바이 코리아'를 이어갔다. 이날 순매수는 지난 9월29일 4725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낸 이후 일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12월 들어 10일(오후 3시30분 잠정집계)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530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는 9219억원을 기록한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들은 10월 4조6035억원, 11월 1조654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매도 강도를 점차 줄이다 12월 들어 매수세로 전환한 것.

외국인 순매수세와 더불어 한중일 3국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정례화한다는 발표도 기대심리를 키우면서 환율시장의 호재로 작용했다. 한중일 통화 스와프 합의 등이 추진돼 동아시아 통화 및 금융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일본과 통화스와프 및 자금 확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진 것도 환율 하락에는 긍적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연말을 맞아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화대출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 규정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소식 역시 시장의 안정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훈풍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관심을 모았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구제안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이 150억 달러 규모의 구제 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와 원화에 호재로 작용했다.

환율과 관련해서 '바닥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물가와 교역 비중을 감안한 실질 실효환율 측면에서 원화 가치는 13년 평균치를 27.8% 밑돌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원화 가치가 곧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원달러 옵션시장에서 내재변동성(향후 예상되는 변동폭)이 10월 말 이후로 크게 축소되면서 환율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유동성을 대거 푼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과도한 달러 매수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1200원 때까지 조정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은 주식시장에 달렸다"며 "다만 잠자고 있는 부실들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 지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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