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11일 WIPI(무선인터넷 콘텐츠를 단말기에서 구현하는 플랫폼의 일종)으로 탑재 의무화 해제는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부문 ARPU(가입자당 매출)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WIPI 탑재 의무화 해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내년 4월부터 출시되는 단말기부터 WIPI 탑재 의무가 사라진다.

WIPI 탑재 의무화는 이동통신사별로 상이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따른 중복투자를 줄이고 영세한 수준의 국내 CP(콘텐츠 공급자)들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국내 공급 단말기의 86%(9월말 기준)가 WIPI를 채택하고 있다.

박재석, 강지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 WIPI 의무화 해제는 단말기 공급과 데이터 서비스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 동안 국내 시장에서 WIPI가 외산 단말기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노키아, 구글, 애플 등 외산 단말기의 도입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단말기의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애널리스트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던 스마트폰의 확산이 나타나고, 모바일 인터넷 사용의 증가로 데이터 ARPU(가입자당 매출)의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WIPI 의무화 해제로 글로벌 소싱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 WCDMA 기반의 SK텔레콤KTF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두 애널리스트는 “외산 단말기 도입 초기 마케팅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단말기 가격의 하락이 이를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동통신사들이 WIPI 도입 이전처럼 자체 플랫폼을 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단말기 수급의 주도권이 이동통신사에서 단말기업체로 넘어갈 리스크는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